전남 순천 매산등 새 기독교 순례지로 각광

입력 2014-06-02 19:01 수정 2014-06-03 16:17


전남 순천 매산등(언덕)이 새로운 기독교 순례지로 각광받고 있다.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순천 북쪽지역인 매산등은 발길 닿는 곳마다 1910년대 해외 선교사들의 발자취와 흔적이 남아 있다(사진).

당초 아이들의 주검을 매장하던 돌무덤인 매산등은 100여년 전 선교사 73명이 찾아와 서양과 본격 교류하던 본거지였다. 이후 전남 동부지역 기독교 문화는 물론 의료와 근대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11월에는 매산등 선교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으로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이 개장해 순천의 생생한 기독교 역사를 널리 알리고 있다.

순천시는 해마다 1월 초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는 매산등의 선교 유적들을 스토리텔링 코스로 적극 활용해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100여년전 순천을 찾은 선교사들이 당시 사용하던 주택과 병원 등 25동의 건물 중 5동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우선 매산등에 오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건물은 순천 구 남장로교회 조지와츠 기념관이다. 나지막하게 자태를 뽐내는 기념관의 뒤편에는 선교사들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1910년대 순천선교부가 개설되면서 프레스톤 선교사가 한국인 개신교 지도자를 양성하던 보통 성경학교가 모태다.

기념관 1층에는 휴 린턴 선교사 부부가 결핵환자들을 위해 세운 순천기독진료소가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2층은 선교 역사와 서적, 사역 당시 생활용품 등이 전시돼 있다. 선교회의 역사가 담긴 자료도 볼 수 있다. 3층은 주거공간으로 호남선교의 선구자로 꼽히는 유진 벨 선교사와 그 후손들이 한국 선교에 기여해온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담쟁이 넝쿨이 어우러진 매산등 흙돌담을 따라 올라가면 2004년 등록문화재 제123호로 지정된 매산중학교 매산관이 눈에 띤다.

매산중 어학실로 사용 중인 이 곳과 가까운 매산고에는 순천 구 선교사 프로스톤 가옥이 있다. 이 곳은 순천 근대교육이 시작된 현장으로 1913년 건립됐다. 현재 매산고 미술실로 사용되고 있는데 2004년 등록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됐다. 선교사 자녀 교육을 위해 1910년대에 지어진 순천선교부 외국인 어린이 학교 역시 같은해 제124호 등록문화재가 됐다.

1913년 건립된 선교사 코잇가옥은 교인들이 합동예배를 하던 장소다. ‘에덴동산’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선교사들이 생활하던 이 곳은 현재 애양재활직업보도소 직원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 2005년 문화재 사료 제259호로 지정됐다. 순천 매산길 61번지 매등산 맨 꼭대기의 기독교선교역사 박물관에는 100여년전 선교 유적이 보관돼 있다.

2012년 순천시가 매산등에 전파된 선교문화 100년을 기념해 건립했다. 1447㎡의 부지에 연면적 866㎡(전시관 346㎡),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메모리얼 파크와 묵상의 숲을 부대시설로 갖추고 있다. 박물관에는 당시 서적류와 집기류, 사진 등 830여점의 전시품이 있다.

순천시는 선교사 후손들과 순천기독교 관련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공연 등 성대한 개관식을 가진 바 있다. 지하1층 제1전시실은 한국에 복음이 들어온 과정과 순천선교부의 개설 등에 관한 사료가 ‘순천기독교의 발자취’라는 주제로 구성돼 있다. 찬송가를 부를 때 사용하던 때 묻은 오르간과 ‘예수셩교 누가복음 젼서’라는 고문이 적힌 천자문 형태의 성경책 등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채플실’은 초창기 ‘ㄱ’자 형태이던 교회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남녀칠세 부동석이라는 유교적 가치관에 따라 남자와 여자들은 당시 따로 앉아 예배를 드렸다. 영상실에서는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당시 전라도를 중심으로 활발히 사역하던 장면과 후손들의 인터뷰 영상을 마주할 수 있다.

1층 제2전시실은 ‘100년 넘게 이어진 한국사랑’이라는 주제로 순천으로 부름을 받은 선교사들의 구체적 활동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미래의 선교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기도 한다.

‘미션 투 코리아(Mission to korea’라는 제목의 고서 등과 세탁기 등도 전시돼 있다.

휴게실을 겸한 작은 도서관에는 기독교를 주제로 한 서적 2000여권을 구비하고 있다. 이밖에 뮤지엄 샵-호두나무집에서는 기독교 관련 엑세서리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순천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업체가 제작한 수공예 제품이 대부분이다. 박물관 주변에 선교부 개설 당시에 심은 수령 100년여년의 호두나무에서 이름을 따왔다. 순천 기독교역사 박물관에 가려면 순천IC에서 순천시청-순천의료원-순천중앙교회를 거쳐 500m만 가면 된다. 주차장은 매산고 앞 문화마당 주자창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과 1월1일, 설날, 추석을 제외하고 운영되는 박물관 입장료는 무료다. 순천시와 박물관 측은 매산등 유적지 스토리텔링 코스 운영을 위해 연극 ‘사랑의 원자탄’을 사전예약제로 공연하고 있다.(061-749-4419)

스토리텔링 코스

주차장하차-중앙교회-한국기독교선교역사박물관(조지와츠기념관)-매산중학교 매산관-매산고 프레스톤주택-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코잇주택.

순천=장선욱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