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버린 아버지 자격 없다” vs “존경하는 아버지 뽑아달라” 극명히 갈린 ‘자식농사’

입력 2014-06-01 11:32

[쿠키 정치]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장녀 희경(미국명 캔디 고·27)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폭로글이 반향을 일으키며 고 후보 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서울시교육감 후보에 함께 출마한 조희연 후보 아들의 ‘지지 호소 글’은 네티즌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두 자녀의 글이 선거막판 최대 변수로 작용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희경씨는 31일 ‘서울시민에게(To the Citizens of Seoul)’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호소글을 올렸다. 희경씨는 고 후보와 전처 박모씨 사이의 1남1녀 중 장녀로 현재 미국 뉴욕에서 거주 중이다. 그는 “어머니가 나와 동생을 뉴욕의 학교에 보내려고 미국으로 데려온 뒤 고 후보는 한국에 남았고 우리와 연락을 끊었다. 나는 열한 살 때부터 아버지가 없는 환경에 적응했다”고 가족사를 전했다.

이어 “전화와 인터넷이 있었는데도 (고 후보는) 나와 동생의 안부를 물은 적이 없다”며 “자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금전적인 부분을 포함해 우리의 교육을 지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혈육을 가르칠 의지가 없으면서 어떻게 한 도시의 교육을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며 “교육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여러분이 도시의 미래를 위해 더 합리적인 후보를 선택하길 바란다”고 호소하며 글을 끝맺었다.

희경씨는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고 후보가 흘린 거짓 눈물 때문에 글을 반드시 올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 후보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병역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들은 제발 건드리지 말아 달라"며 눈물을 멈추지 못해 기자회견이 중단된 바 있다.

고 후보는 희경씨의 글에 대해 “아픈 가족사를 자세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내 재혼으로 아이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아버지로서 평생 안고 살 수밖에 없다. 십여년 동안 청소년 활동과 봉사에 매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조희연 후보의 아들 성훈씨가 지난 29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조희연의 둘째아들입니다’라는 제목의 지지 호소 글은 25만 조회수를 넘어서며 호응을 얻고 있다.

성훈씨는 조 후보에 대해 “선거에 출마하면 이혼해버리겠다는 어머니의 반대와 주위 사람들의 적극적인 출마 권유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시는 아버지”라며 “결국 아버지는 출사표를 던지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버지는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어느 순간에서나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20년 넘게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지켜온 바로는, 다른 것은 모르지만 적어도 교육감이 돼 부정을 저지르거나 사사로이 돈을 좇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적었다.

성훈씨는 아버지가 최소한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인지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라도 얻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글을 썼다고 글을 작성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인지도가 없으면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후보자들의 자녀들이 선거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아버지에 대한 평가를 내놓으면서 6·4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는 ‘자식농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역시 아들 예선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곤혹을 치룬 바 있다.

고 후보의 딸과 조 후보의 아들이 남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더니” “조희연은 아들을 바르게 키웠고 고희경은 스스로 바르게 자랐다”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텐데 희경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과연 선거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