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해결사’ 나서는 프랑스

입력 2014-05-31 03:41

프랑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 달 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비공식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올랑드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최고위 서방 지도자가 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가 크림을 병합하자 항의차원으로 푸틴 대통령 측근의 계좌 동결과 같은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서방 정상들은 6일 프랑스 북서부의 작은 마을 도빌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왕따’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독일 빌트지는 최근 서방 정상들이 크림 병합에 대한 항의 표시로 푸틴 대통령을 무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랑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미스트랄급 헬기상륙함 인도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2011년 6월 12억 달러(약 1조2200억원) 규모의 헬기상륙함 2척을 러시아에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10월과 내년에 이뤄질 함정 인도를 앞두고 미국 등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 다른 국가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올랑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국내 정치 요인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지난 25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 사회당은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에 밀리며 제3당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를 외교적 성과로 상쇄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후버트 베드린 전 프랑스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가에 대해서는 좀 이른감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외교적 영향력을 넓히는 동안 우크라이나에서는 교전이 격화됐다. 동부지역에서 분리주의 민병대를 진압하던 정부군 소속 헬기가 추락해 14명이 숨졌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테러리스트들이 러시아제 휴대용 방공무기로 헬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분리주의자들이 외부의 도움과 고급 무기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러시아를 겨냥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인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EU옵서버가 30일 보도했다. 전날 키예프를 방문한 리나스 랑케비시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포로셴코 당선인이 다음 달 7일 대통령 취임식 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협력협정에 서명하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포로셴코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EU와의 협력 강화를 공약한 바 있으며 당선 후 우크라이나의 유럽화를 추진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