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병언 도피 이용 EF쏘나타 발견… 혼선 주려 일부러 버린듯

입력 2014-05-31 04:00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전남 순천 인근 지역 ‘제2은신처’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검찰이 포위망을 좁혀 들어가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등 유 전 회장 도피를 돕는 측근들은 교란작전을 펼치며 저항 중이다.

유 전 회장이 도피에 이용됐던 은색 EF쏘나타 차량이 지난 29일 오후 11시쯤 전북 전주 덕진구 D장례식장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검찰이 장례식장 CCTV를 확인한 결과 차량은 지난 25일 장례식장으로 들어왔으며, 남성 1명과 검은 상복을 입은 여성 1명이 차량에서 내렸다. 남성은 유 전 회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구체적인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구원파 신도로 추정되는 두 사람은 장례식장을 빠져나가 인근 주유소 방향으로 이동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측이 교란작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경 검거반이 쏘나타 차량을 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주 지역에 차량을 버려 검거망에 혼선을 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검문·검색을 의식해 차량을 버린 뒤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여전히 순천 인근에 은신 중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으며 범위를 점차 좁혀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경에 노출된 구원파 조력자들이 다른 신도들로 교체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유 전 회장에게 금수원 물과 음식 등을 전달했던 추모(60·구속수감 중)씨는 지난 25일 체포 당시 이미 도피 지원 작업에서 손을 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에 노출된 인물은 일상생활로 복귀하고, 다른 인물이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는 식이다. 지난 21일 금수원 압수수색 후 해산했던 구원파 신도들은 지난 29일부터 금수원에 다시 집결하고 있다. 이 역시 구원파의 연막작전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구원파 신도 양회정(55)씨에 대해 지난 26일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지명수배를 내렸다고 밝혔다. 금수원 관리직으로 일했던 양씨는 유 전 회장과 함께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이 은신처로 삼았던 전남 순천의 ‘숲속의 추억’ 별장의 가구를 직접 만들었고, 인근 지리에도 밝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회장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검찰은 계열사 대표 등 유 전 회장의 측근 대부분을 구속기소했다. 특별수사팀은 31일 오경석(53)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를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오 대표는 유 전 회장의 사진작품을 실제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인 혐의 등으로 지난 12일 구속됐다. 변기춘(42)씨와 송국빈(62)씨, 고창환(67)씨, 이재영(62)씨 등 구속됐던 나머지 계열사 대표들은 모두 기소된 상태다. 몸통인 유 전 회장 일가는 도주 중이고, 주변 측근들만 줄줄이 기소된 셈이다. 검찰은 전날 소환 조사에 불응한 조평순 호미영농조합법인 대표에게 이날 출석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인천=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