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TV 패널 1월 16.9%→ 4월 46.3%… 한국, 대만에 극적 뒤집기
입력 2014-05-30 22:04
과거 풀HD TV 시장은 국내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전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했다. 그러나 이어진 초고화질(UHD) TV 시장에서 소니 등 해외 업체들에 처참하게 밀렸다. 먼저 시장을 개척하고도 제품 경쟁력만 믿고 가격 경쟁력 등 시장의 요구를 소홀히 한 탓이다. 2013년 3분기 전 세계 UHD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11%, LG가 5.90%에 불과했다. 당시 소니(23.20%), 중국 업체인 스카이워스(17.70%)에 비해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화들짝 놀란 국내 업체들은 자세를 낮추고 시장에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 올해 1분기엔 삼성전자가 점유율 21.6%로 1위에 등극했고, LG전자는 10.6%로 2위권을 추격하게 됐다.
TV의 화면에 해당하는 UHD TV 패널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UHD 패널 시장은 2012년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84·85인치 UHD TV를 내놓으면서 열렸다. 그러나 정작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대형 프리미엄급 UHD TV 패널에만 치중한 탓에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친 대만, 중국 업체에 급속히 뒤처졌다. 풀HD 시장처럼 UHD 시장에서도 가볍게 선두를 달릴 것으로 판단하고 보급형 시장을 간과한 것이다. 사실 삼성과 LG가 해외 업체들을 무시하고 제 살 깎기 경쟁을 벌인 측면도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점유율이 삼성디스플레이 8.6%, LG디스플레이 8.3%에 불과했다. 당시 대만 업체인 이노룩스의 점유율은 63.1%나 됐다. 정신을 차린 국내 업체들은 뒤늦게 보급형 시장에 뛰어들어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불과 4개월 만에 국가별 점유율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이다.
30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세계 UHD TV 패널 시장의 업체별 시장 점유율은 대만 이노룩스가 35.0%로 1위, 삼성디스플레이는 23.4%로 2위, LG디스플레이는 22.9%로 3위로 조사됐다. 국가별 점유율로는 우리나라가 46.3%로 대만(43.9%)을 추월하고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 1월에는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이 16.9%로 대만(70.3%)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약진이 결정적이었다. LG디스플레이의 UH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12월 2만6000대에서 올 4월 30만8000대로 12배나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6.5%에서 22.9%로 뛰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 들어 보급형까지 라인업을 확대했고, 출하량이 늘면서 가격 경쟁력도 얻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출하량이 지난해 12월 5만9000대에서 4월 31만5000대로 5배가량 늘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국내 세트업체도 최근 중저가형 UHD TV를 많이 내놓고 있어 앞으로도 보급형 패널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