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경원] 불평등 심화 보도에… “왜 선동기사 쓰나”
입력 2014-05-31 02:13
“통계보다 실생활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결론이냐”고 물었을 때,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는 “상당한 심화”라고 말을 바로잡아줬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 문제 연구를 선도하는 그는 통계청 지니계수가 실제 불평등 수준·추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해 유명하다. 그는 “우리나라 부의 분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간쯤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 인식이 모두 무너졌다”고 자신의 연구를 자평했다.
부익부빈익빈의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오래된 얘기다. 김 교수는 최상위층에 소득이 집중된 경향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강해졌다고 본다.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에서 저성장 단계로 들어서며 고용 증가가 둔화된 점, 외환위기 이후 성과주의 보수체계가 확산된 점, 1980년대 이후 상위 소득자의 한계세율이 크게 낮아진 점 등이 김 교수가 분석한 불평등 심화 요인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이 태생적·세습적으로 부자와 빈자가 결정된다고 체념한다. 빈부격차의 심화를 이야기한 기자의 보도(국민일보 5월 30일자 16면)에 대해 많은 독자들은 “빈부가 대물림되는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먼저 올라간 기득권이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다”는 누군가의 댓글은 많은 호응을 얻었다. “빈부격차로 유명한 중국에서는 ‘얼다이(二代·2세대)’라는 말이 유행한다”는 이메일도 왔다.
노력이 우선인지, 배경이 중요한지 논쟁은 끝이 없다. 하지만 빈부격차의 심화가 정치적 갈등을 부른다는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의 진단은 참으로 옳다. 기자에게 온 이메일 중에는 “왜 이런 선동 기사를 쓰느냐. 어느 당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있었다. “피케티는 21세기 빨갱이” “가난한 게 자랑이냐”는 이도 있었다. 미몽에 갇힌 이들을 위해서라도 오늘날 자본주의 혁신은 꼭 필요해 보인다.
산업경제센터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