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과 기도처] 우는 자여, 당신의 기도처는 어디 입니까

입력 2014-05-31 02:25


“내 눈의 흐르는 눈물이 그치지 아니하고 쉬지 아니함이여.”(애 3:49) 지난달 중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우리는 자주 운다. 최근 전남 장성 요양원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왜 아이들이나 노인 같이 연약한 이들이 목숨을 잃는지 생각하며 또다시 눈시울을 붉힌다. ‘하나님도 눈물 흘리시겠지.’ 마음속에서 기도가 우러난다. ‘우리 죄를 알게 하시고, 저들을 위로하소서.’ 눈물의 기도를 하면 슬픔이 사그라지는 것도 같다.

눈물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는 영(靈)의 양식인지도 모른다(시 80:5). 애통함으로 기도하게 하고 부르짖도록 만든다. 누군가는 아예 우는 모임을 만들어 목 놓아 울자고 한다. 크리스천에게는 기도처가 바로 우는 곳이기도 하다. 집 안에 놓인 작은 방석이나 탁자, 출퇴근하는 자동차, 책상이 기도처가 될 수 있다. 자신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기도처를 집, 회사, 학교 안에 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삶터, ‘울음방’

살다보면 울음방이 필요하다. 이창식(59·소망교회) ‘천원의 기적 희망의 우물’ 상임이사는 30일 “살다보면 인간관계에서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참 많잖아요. 내가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질 때 골방에 들어가 울고 싶어져요. 울면서 기도하는 방 ‘울음방’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올해 1월 그에게 서재 겸 울음방으로 사용할 공간이 생겼다.

“운다는 건 내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교만한 사람은 울기 어렵죠. 하나님은 낮은 데로 임재하시지요. 제가 애통하면서 바닥을 칠 때, 그때 하나님이 만나주시는 것 같아요.”

소설가 정연희(78) 권사에게 기도방은 2008년 남편을 잃은 고통을 견디게 해준 곳이다.

“매일 새벽 4시 반쯤 일어나 기도방에서 울었어요. 하나님은 왜 남편을 미리 불러가셨을까. 세월호 참사 후에도 하나님 어쩌시려고 꽃 같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받으셨냐고 물었죠. 아, 이 얘기를 하니 또 눈물이 나네요.(한숨) 제가 신앙을 점검할 땐 내 눈물이 왜 말랐을까 자문해요.”

눈물의 정화 작용은 의학적으로도 증명된다. 분노나 슬픔은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킨다. 울면 이 호르몬이 눈물을 통해 배출된다고 한다. 눈물은 하나님과의 대화, 기도를 더 간절하게 만든다. 뇌 과학에서는 격정적으로 울면 ‘멘탈 비거러스(mental vigorous)’ 상태가 된다고 본다. 뇌가 활성화되면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아침햇살편지’(햇편)를 이끄는 박강월(61) 권사는 “우는 상태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더 잘 들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울음은 가난한 심령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 있다. “기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세요” “성경을 많이 읽고 묵상하세요” “하나님에게 중얼거리듯 얘기하세요” “일상에서 기도하세요. 걸음걸음 내딛을 때마다 걸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할 수 있어요” 등 주변에서 기도 많이 하는 이들이 중복되게 하는 조언이다.

일터, 규장의 ‘십자가’

일터 기도실은 하나님의 ‘거룩한 역동’이 일어난다. 기독교 출판사 ‘규장’과 선교전문 쇼핑몰 갓피플(godpeople.com)에는 성역이 있다. “이 친구 어디 갔어?” 물었을 때 “십자가(에) 갔어”라고 하면 아무리 바쁜 업무라도 ‘열외’가 된다. 십자가는 규장과 갓피플이 있는 서울 서초구 사옥 꼭대기에 있는 기도실 이름이다.

여진구 규장 대표를 26일 사무실에서 만났다. “저희 직원들은 모두 방언 받은 날인 2007년 4월 6일을 ‘블레싱 데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해요. 이후 저는 ‘기도의 불을 끄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기도실을 만들었어요.” 규장은 매주 금요일 오후 1시 회사 인트라넷에 기도실 예약 경쟁이 벌어진다. 1시간 단위 기도실 예약을 받기 때문이다.

“저는 매일 오후 3시, 직원들은 개인이나 팀 단위로 원하는 시간에 기도해요. 회사에서 계속 기도가 이뤄지는 거죠. 이역만리 어린이를 사랑하기는 쉽지만 두 발자국 거리에 동료를 사랑(요일 4:20)하긴 어렵잖아요.(웃음) 기도실에서 팀 단위로 서로 어려운 점을 터놓고 힘든 얘길 하며 울다보면 관계가 회복돼요.”

마침 여 대표와 함께 올라간 기도실에서는 프로그램팀 4명이 기도 중이었다. 기도실로 맺어진 사내 커플도 있다. 안지영(36·여)씨는 지난해 초 배우자를 얻기 위해 거의 매일 기도실을 예약했다. 사연을 모르는 김동헌(27)씨는 점심도 거르고 기도하는 안씨에게 감동했다. 그의 이상형은 ‘기도하는 아내’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결혼에 골인했다.

“회사를 위해 기도하기 원하는 사람이 기도를 시작하고 그 사람이 함께 기도할 다른 한 사람을 찾아 기도하다 보면 발전돼 신우회가 되고 기도실이 생기기도 할 것 같아요.”

기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도하는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의인 한 명(렘 5:1)처럼.

배움터, 한동대의 ‘쉴만한 물가’

기도는 영적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기독교 정신을 비전으로 1995년 개교한 경북 포항 한동대의 기도실은 공동체의 방이다. 한동대에는 기도실이 무려 15곳에 있다. 본관 등에 3곳, 기숙사 6개동에 12곳이 있다. 김완철 교목실 목사는 “기도실은 그리스도와의 교제를 위해 찾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95년 1회 입학생이기도 하다. “내 눈물이 묻은 곳, 내 기도가 묻어 있는 곳에서 후배들과 교수님들이 함께 기도한다는 것이 늘 제 가슴을 뛰게 합니다. 저희 기도실은 개인의 영성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입니다.” 기도실 운영에 따른 어려움은 없을까.

“통성으로 크게 부르짖거나 크게 방언하는 학생들이 왕왕 있어요. 교수님 강의나 연구, 수업 진행에 불편을 주기도 해 얼굴이 좀 붉어지기도 하죠. 서로 배려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기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영적 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한다. ‘햇편지기’이자 한국기독여성문인회 주부편지 발행인인 박강월(61) 권사는 6년째 햇편 네트워크를 통해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한다. “제가 아는 몇 분에게 직접 휴대전화 문자로 기도제목을 보내요. 그럼 그분들이 또 연결된 다른 분들에게 기도 제목을 퍼뜨려 기도를 해요. 한 1000여명이 될 거예요. 최근 온누리교회 청년이 다쳐 중보기도를 했는데 경과가 좋다는 소식을 듣고 감사하고 있어요.”

박 권사는 매일 오전 5시30분 자택 기도방 ‘닛시(Nissi)룸’에서 1시간30분가량 기도한다. “저희 집에 오는 분들마다 그 방에서 기도하고 기도제목을 메모지에 써 벽에 붙이도록 했어요. 그렇게 붙여두면 그 다음 사람이 와서 그 기도제목을 위해 기도해주고 응답되면 제가 떼죠.(미소)”

그는 기도를 믿는다. “기도는 언제나 하나님 방식으로 응답됩니다. 저는 오래전 기도 중 문화선교센터 비전을 받았어요. 결국 파주 헤이리에 터를 마련했고 올해 7월에 입주해요.”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한다면 그 어디나 기도실이 되고 누구나 기도 동역자가 될 수 있다. 하나님이 우리 눈물을 보고, 우리 기도를 들으실 것이다(사 38:5). 기도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