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 전도사’ 박종태 비전북 대표 “아버지 웃음은 행복 만드는 만능키”

입력 2014-05-30 17:17 수정 2014-05-31 02:07


쉰 고개를 넘을 때 얘기다. 한 살 어린 아내와 3주째 냉전 중이었다. 짧으면 사나흘, 길면 1주일이 보통이었다. 부부싸움은 늘 그렇듯 옮겨 적거나 기억할 만한 것도 못 되는, 먼지 한 조각만도 못한 아주 사소한 일 때문에 시작됐다.

“퇴근하고 시간 좀 내줘요.” 오랜만에 듣는 아내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 사람이 화해를 할 모양이네. 웬일이야? 오늘밤엔 맛있는 거 먹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야지.”

“자유로 쪽으로 가요.” 아내는 내 말에 아무런 대꾸도 않고 안전벨트를 맸다. 호수공원을 빠져나가 자유로로 들어섰을 때 차의 창문을 내렸다. 그때 아내가 느닷없이 ‘강펀치’를 날렸다.

“박종태. 이 나쁜 놈아∼.” 박종태(55·일산동안교회 장로) 비전북 대표는 귀를 의심했다. 정말이지 황당해서 기가 막혔다. 참시 침묵하던 아내가 울먹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한테 아무 관심이 없어. 나랑 이야기도 하지 않고, 선물도 안 해주고….”

박 대표는 1998년 두란노아버지학교 일산 1기를 수료한 이후 교육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16년 동안 아버지학교를 섬기고 있다. 기독교 서적 전문 유통회사 비전북 대표이자 어린이 도서 전문 출판사 몽당연필 대표다. 자타가 인정하는 성실함과 긍정의 힘을 가진 리더이며 아버지나 자녀 교육, 부부생활 등 가정 사역 관련 강의를 할 때는 공감 백배의 능력을 가진 감성파로 통한다.

“당신은 내가 미친 것 같지? 사실 나 너무나 외로웠어. 당신은 좋은 일 한다고 엄청나게 바쁜데, 나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

순간 아내의 절절한 말이 박 장로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솔직히 너무 바빠서 아내와 대화할 시간, 아내를 기쁘게 해줄 시간이 없었다. 퇴근 후 저녁시간, 주말과 공휴일은 모두 그렇게 세상의 다른 아버지들을 바로 세우고 그들 가정을 지키는 일에 집중했는데, 정작 자신의 아내는 혼자서 외로움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박 대표는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아내에게 미안했다. 여성이라는 별에서 온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남편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박 대표는 모른체했다. 박 장로는 아내와 3남매 앞에서 공개사과를 했다. 그가 가족을 웃게 만드는 아버지가 된 계기가 됐다.

박 장로는 가정의 행복은 아내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기분 좋은 일뿐만 아니라 아프고 힘들고 풀리지 않은 일까지 모두 아내와 나눠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자녀들은 아버지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아버지 그 자체로 기억한다고 했다. 자녀들은 내 아버지가 착하고 좋은 아버지로 성실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지 지켜본다는 것이다. 역경과 위기에 처했을 때 아버지가 선택한 삶의 방식을 자녀들은 기억한단다.

박 대표는 주일학교에 다닐 때 했던 성탄절 공연을 떠올렸다. ‘아버지의 묘비명’이라는 제목의 성극인데 그땐 아무 뜻도 모르고 연기했단다. 이웃은 고사하고 자신의 가족도 돌보지 않고 자신만 잘 먹고 잘 살다 간 어느 시골 마을의 구두쇠 아버지에 대한 얘기다. 자식들은 고민하다가 묘비명을 ‘먹다 죽다’로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박 대표는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만능키로 ‘아버지의 웃음’이라는 아이콘을 들었다. 박 대표는 남편이며 동시에 아버지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를 넘어서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미소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다. 언제나 진심이 이긴다고 믿고, 잘한 것에는 49%의 공로를, 잘못한 것에는 51%의 과오를 인정하는 49대 51의 ‘행복 계산법’(가족을 웃게 하는 힘 사랑이 답이다·두란노)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 ‘마지막 5분’ 사랑법을 소개했다. 1998년 9월 2일, 미국 뉴욕을 출발해 제네바로 향하던 스위스항공 111편이 대서양에 추락해 229명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사고가 났을 때 기내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기장은 추락 6분 전쯤 승객들에게 비장한 목소리로 추락 예고를 전했다. 남은 시간이 5분 남짓이라는 사실이 벼락처럼 떨어지자 승객들은 한동안 어찌할 줄 몰랐지만 냉정을 되찾고 이제까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사랑해” “미안해” “용서해줘”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다.

박 대표는 “사랑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마지막 5분을 남겨둔 사람처럼 죽도록 가족을 사랑하고 싶다”고 얼굴을 붉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