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S-TOPIK 아시나요] EPS-TOPIK 풀어보실래요?… 실용대화 중심

입력 2014-05-31 02:05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에 출제됐던 문제를 쭉 풀어봤다. 의무교육을 마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만점 가까이 받을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졸자들도 200점 만점을 장담하기는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국인 근로자는 알고 내국인들은 모를 고유한 영역의 문제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200여개의 기출 문제를 살펴보니 지문에 실려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애환도 어렴풋하게나마 전해진다.

‘외국인 등록증을 만들러 (①대사관 ②경찰서 ③동사무소 ④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갔습니다.’

‘우리 공장이 문을 닫았어요. 다른 공장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①대사관 ②취업교육기관 ③고용안정센터 ④출입국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보세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다. 정답은 각각 ④출입국관리사무소와 ③고용안정센터다.

‘월급을 (①사면 ②내면 ③구하면 ④받으면) 뭐 할 거예요? 먼저 고향에 좀 보내고 가방을 하나 사고 싶어요.’

‘압둘라씨 어디 가요? 어제 월급 받았어요. 그래서 고향에 돈을 (①벌러 ②찾으러 ③보내러 ④바꾸러) 은행에 가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가족을 동반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월급을 받으면 최소한의 생활비를 빼고는 모두 본국 가족에게 송금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보내는 15개국은 모두 개발도상국이라 한국에서 받는 월급은 본국에선 목돈이 된다.

이역만리에 홀로 살면서 가장 서러울 때는 몸이 아플 때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리고 몸이 아플 때 병원과 약국에 찾아가는 능력을 묻는 문제도 눈에 띈다.

‘괜찮아요? 많이 아파보여요. (①약 ②병원 ③기침 ④감기)에 걸렸어요. 열도 나고 목도 아파요.’

외국인 근로자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주로 종사한다. 작업 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안전보건 지식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강한 빛이 많이 나오는 곳에서 작업할 때는 눈을 보호하는 (①보안경 ②안전화 ③안전벨트 ④안전장갑)을/를 반드시 써야 합니다.’

‘공사장에서 일할 때는 머리를 보호해 주는 (①안전모 ②보안경 ③마스크 ④귀마개)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EPS-TOPIK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다가 지난해부터 비공개 방식으로 전환됐다. 변별력을 높여 한국어 능력이 우수한 인력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응시료는 24달러(약 2만4500원)로 토익 시험(4만2000원)보다 저렴하지만 개도국 주민에겐 만만찮은 비용이다. 문제지 수송, 시험장 관리 등에 충당된다.

선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