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더 악화되지 않도록 다잡을 때
입력 2014-05-31 02:11
세월호 참사가 우리 경제에 미친 그늘은 깊고 오래갈 듯싶다. 살아나는 듯하던 경기 불씨가 다시 꺼져갈 판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는 이를 말해준다. 전체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0.5% 줄면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소매판매 역시 1.7% 줄어 두 달 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세월호 충격과 추모 분위기로 예술·스포츠·여가업이 11.6%, 음식·숙박업은 3.2% 각각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문제는 내수 부진을 타개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올 1분기 극심한 세수 부족으로 24조8000억원의 재정적자를 낸 마당이니 돈 들어갈 곳이 널려 있어도 실탄을 쏟아붓기가 쉽지 않다. 가계부채가 1024조원으로 더 불어나 민간소비 증가도 기대난이다. 기업들이 임금이라도 올려 소비자들 지갑을 열게 해줘야 하는데 기업들은 돈을 쌓아놓고 풀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20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8월 8일 이후 5년9개월 만에 최저치다.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1020원선이 무너지면 1000원선도 위협받을 수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돼 투자가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달 설비투자가 2.6% 늘었지만 뒷심이 부족하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9로 넉 달 만에 뒷걸음질친 것이나 전경련의 6월 BSI 전망치가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대외 환경도 불안하다. 혹한과 폭설 영향이 크긴 하지만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대비 1.0% 감소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낮췄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더블딥(일시적인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는데 이를 헤쳐나갈 경제팀은 지방선거와 개각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니 속이 탄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비롯해 규제혁파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을 다시 돌리겠다고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세월호 참사 여파를 최소화하고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살아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