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북공조 균열·외교적 타격 불가피

입력 2014-05-30 04:01

허찔린 정부 난처한 분위기… 日 사전조율 없었던 듯

남북관계 진전 등 박근혜 대통령 ‘드레스덴 구상’ 차질

북한과 일본이 29일 일본인 납치문제 재조사와 대북 독자제재 해제를 골자로 하는 합의를 전격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동북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갈 전망이다. 그동안 한·미·일이 공고하게 유지해 왔던 대북 제재에 균열이 생기면서 한·미 정부는 외교적 타격을 입게 됐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와 어느 때보다 친밀한 한·중 관계를 통해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한 북한의 변화를 압박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과 하루 전인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4차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북한의 위협은 역내 다른 국가들에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일본을 겨냥했다. 또 일본에 대해 “광복 70주년을 맞는 내년을 앞두고 역사인식 문제를 바로잡음으로써 신뢰를 쌓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장 정부 내에서는 난처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본의 대북제재 완화로 북·일 간 인적, 물적 교류가 활성화되면 인도적 지원 등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던 박근혜정부의 드레스덴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본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독자제재 해제의 경우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북한이 얻을 제재 완화 효과가 크진 않은 것 같다”면서 “일본이 국내 정치적으로 더 적극 매달린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교가 안팎에선 정부가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많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정부가 굳건한 국제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을 해 왔는데 이번 북·일 합의로 압박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일본이 남북관계보다 앞서가는 합의를 한 셈이라 국정공백 등 국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한 정부가 외교적으로도 타격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다 실질적인 대북 제재 해제를 얻기 위해 방향 선회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단독제재 해제로는 이익이 크지 않은 만큼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핵 문제 진전 없이는 대북 제재 완화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면서 “북한이 일본과의 화해 모드로 미국, 중국에 긴장을 주면서도 북핵 관련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