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EU’ 첫발, 유라시아경제연합 조약 체결
입력 2014-05-30 04:01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맞서 추진해온 역내 경제권 통합체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이 29일(현지시간) 준비당사국 간 창설 조약을 체결했다. 준비당사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이다.
관련국들은 경제권 통합에 따른 경제성장을 기대했지만 국제사회는 ‘옛 소련 부활’의 사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카자흐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체결식에서 “조약 서명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관련국의 경제발전은 물론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을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푸틴은 “EEU의 모든 규정은 보편적이고 투명하며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EEU는 러시아가 소련 시절의 영화를 되살리고자 주도적으로 준비해온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2012년 카자흐, 벨라루스와 함께 관세동맹(단일경제공동체)을 우선 체결했다. 이번 창설조약 체결로 총 인구 약 1억7000만명의 단일 소비 및 노동시장을 갖게 된 EEU는 2015년 1월 본격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러시아가 EEU를 구축한 후 궁극적으로 단일통화를 쓰는 단일국가 형태의 유라시아연합(EAU)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옛 소련 부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EEU는 EU와 같은 순수 경제협력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카자흐의) 자주권과 헌법을 위배하는 국제단체에서는 즉각 탈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시장 확대를 기대하며 일단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정외영 코트라 알마티 무역관장은 “이번 조약이 관세 분야에서 나아가 해당 국가들의 생산 및 유통 등 산업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이미 진출한 기업에는 유리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에서 현지로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또 다른 벽에 부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