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관계 회복 급물살 타고 국교수교까지 가나… 北 ‘금융거래 정상화’ 日 ‘껄끄러운 문제 청산’
입력 2014-05-30 04:58
북한과 일본이 29일 일본인 납북자 문제 재조사에 합의함으로써 양국 관계 회복의 속도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양측이 이번에는 납북자 재조사 합의만 이끌어냈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하고 결국 목표는 ‘북·일 수교’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일 수교가 최종 목표=양측이 발표문에서 “쌍방은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현안 문제를 해결하며 국교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해 진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힌 데서 볼 수 있듯 양측은 국교수교라는 ‘그랜드플랜’ 차원에서 회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은 ‘일본인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의사를 표명했다. 비단 납북자 문제뿐만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와 광복 전후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 유해 발굴 문제 등 일본 정부가 내부적으로 원하는 모든 문제를 청산할 뜻을 나타냈다. 이는 결국 수교를 향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그 반대급부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재북 일본인 가족들의 대북 송금 및 왕래 시 현금 휴대, 북한 국적 선박 입항 등의 제한 조치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일본과 북한이 금융거래를 정상화하고 인적 왕래를 전면적으로 재개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일본은 인도주의 차원의 대북 지원이라는 선물까지 안겼다. 북한으로선 대내외에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취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실익을 챙겼고, 아베 신조 정권으로선 납북자 문제 해결을 통한 일본 내부 보수층을 달래고 남한을 견제할 지렛대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윈-윈’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납북자 문제만 잘 해결될 경우 양측이 수교 문제까지 다룰 것이란 점은 불보 듯 뻔한 수순이다. 하지만 양측이 합의문 이행 과정에서 문구를 둘러싼 해석 차이나 이행의 진정성을 둘러싼 이견으로 사사건건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방북 등 고위층 교차방문 가능성도=일본에서는 이번 합의를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북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2002년 첫 방북에 이어 2004년 재 방북했다. 일본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행보는 국내 지지기반을 다지는데 중요한 재료다. 때문에 아베 총리도 방북이라는 ‘호재’를 십분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발표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도 양국 관계자들의 ‘방문’ 관련 부분이다. 양측은 “쌍방은 포괄적 조사과정에 제기되는 문제들을 확인하기 위하여 호상 희망하는 관계자와의 면담과 관계 장소에 대한 방문을 실현시켜주며 관련 자료들을 공유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경우에 따라선 실무자뿐만 아니라 최고위층 방문도 가능한 것이다. 양측이 “생존자가 발견될 경우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거취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고 밝힌 대목도 일본 최고위층이 북한에서 생존자를 직접 데려가는 이벤트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일본 측은 우리가 제기한 지난 시기의 (일본 내) 조선인행방불명자 조사를 계속 실시하며 공화국 측과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북측 고위급 인사들의 방일이 성사될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북한 국제사회 고립 탈피 계기될 듯=일본의 대북송금 완화 조치가 이뤄지면 당장 10만명에 달하는 북송 재일동포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대북 수출입 금지가 해제되면 일본으로부터 물자의 반출과 반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실익 말고 외교적 성과도 적지 않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보다는 일본과 납북자 문제 재조사라는 고리를 이용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또 일본과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북한으로선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중국을 향한 목소리도 키울 수 있다.
손병호 이제훈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