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주도했던 엘시시, 이집트 대선 압승

입력 2014-05-30 03:54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사태 이후 처음 치러진 이집트 대선에서 당시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실세 압델 파타 엘시시(60) 전 국방장관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투표율이 40%대에 머물러 ‘반쪽짜리 승리’에 그칠 전망이다.

아울러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군부 영향력 하의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기간을 일방적으로 하루 더 연장한 것에 대해 반대파와 국제사회가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정권의 정당성도 상당 부분 훼손된 채로 출범하게 하게 됐다.

이집트 선관위는 29일(현지시간) 전국 27개 주의 투표소에서 집계된 잠정 개표 결과 엘시시 후보가 유효 투표자의 95% 이상을 득표했다고 밝혔다고 일간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유일한 경쟁 후보인 좌파 정치인 함딘 사바히(60)는 3.5% 득표율을 보였고 나머지는 무효표로 파악됐다.

엘시시의 압승은 일찌감치 예상됐으나 과반에 못 미치는 투표율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 5400만명 중 44.4%에 그쳤다. 엘시시는 대선 전 “5400만명 중 4000만명 이상이 투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저조한 투표율은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과 최대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인 ‘4월 6일 청년운동’이 엘시시에 반발해 투표거부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군부와 선관위는 26∼27일 이틀간의 공식 투표기간 투표율이 37%에 그치자 논란을 무릅쓰고 대선을 하루 연장했다. 그러나 투표일 연장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40%대에 머물렀다.

해외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민주주의 감시단체인 ‘민주주의 인터내셔널’은 “선거의 중립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소속 선거 감시단도 투표 이틀째까지만 선거를 감시했고 셋째 날은 감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다음 달 5일 대선 최종 개표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정당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시시가 이끄는 이집트 군부는 지난해 6월 30일 무르시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그 다음 달 3일 쿠데타를 일으켜 무르시 축출했고 이후 과도정부가 대선을 준비해 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