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승리… 28년 걸렸지만 모두 국민 덕분”… ‘민청련 사건’ 故 김근태 전 의원 재심서 무죄 판결

입력 2014-05-30 03:48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은 29일 남편인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이 재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간첩을 조작하고, 죄를 날조하는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1986년 ‘민청련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김 전 의원의 사건 재심에서 28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의원은 1985년 민청련 의장으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다 당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돼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에게 20여일간 전기고문을 당했다. 김 전 의원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거짓 자백을 한 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번 판결은 김 전 의원이 2011년 12월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파킨슨병으로 사망한 후 이듬해 부인인 인 의원이 낸 재심 청구에 따른 결과다.

재판을 방청한 인 의원은 “민주주의자 김근태라면 ‘재판부의 고민을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며 법원까지 감싸안았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국민의 수준이 법원을 결정한다”며 “28년이 걸렸지만 이 역시 국민 덕분이다. 국민께 감사하고 좀 더 힘을 내자고 우리를 위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실의 승리”라며 “무자비한 고문으로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 이런 판결이 내려져 정말 아쉽다”고 덧붙였다.

인 의원은 “이제 간첩 조작 사건을 잊어버릴 때도 됐는데 얼마 전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면서 현재도 그런 부당한 인권탄압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권력을 위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989년 관련 조항 폐지를 이유로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고 면소 판결했다. 인 의원은 “집시법과 국보법 모두 무죄를 기대했는데 집시법 면소는 아쉽고 섭섭하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집시법 관련 결정을 보고 향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