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사퇴 정국] “법피아 대명사로 추락 견디기 어려웠을 것”… 급작스러운 사퇴 ‘배경’ 설왕설래
입력 2014-05-30 03:53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급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여기저기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존심 강한 엘리트 검사’라는 본인의 캐릭터, 야당의 추가적인 의혹 제기 등 여러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안 전 후보자는 사퇴의 변으로 “현 정부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저의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준 가족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이 더 이상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버겁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사퇴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임명동의안이 제출됐는데 무슨 사퇴냐” “표결하면 되지”라는 등 취재진에게 농담을 건넸을 정도였다. 급작스럽게 180도 태도를 바꾼 것 자체가 무슨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을 낳는 근거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안 전 후보자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결정적 약점’을 잡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증팀 간사를 맡은 김기식 의원은 29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미 사퇴한 분이라 더 언급하진 않겠지만 치명적인 문제와 의혹이 확인됐었다”며 “주변 조사와 당사자 확인까지 들어간 상태였기에 후보자 측에서도 충분히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안 전 후보자가 맡은 사건 중에서 그동안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전관예우 사례가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사퇴 성명에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을 특별히 언급한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안 전 후보자 개인 성격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 검사’로 칭송받아 온 그가 한순간에 ‘법피아(법조+마피아)’ 대명사로 추락한 현실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사퇴 결심은 청와대의 지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안 전 후보자 본인 판단 때문으로 전해졌다. 사퇴 당일인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러나겠다고 했다는 전언이다. 안 전 후보자는 총리실에도 사퇴의 뜻을 기자회견 직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올곧게 살아왔다는 확신이 무척 강해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과 청와대에 자신이 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면서 “자꾸 정치공세가 계속되니 차라리 깨끗하게 물러나자고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안 전 후보자가 여러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면서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새정치연합 지도부뿐 아니라 대검 중수부장 시절 자신이 수사했던 박지원 박주선 의원 등에게까지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도를 넘는 정치공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야당은 인사청문회까지 기다리지도 않고 (안 전 후보자) 가족의 인격까지 모독했다”며 “지방선거 승리에만 눈이 멀어 한 개인과 가족을 상처 내는 일에만 혈안이 됐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임성수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