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양대 노조 총파업… 무너지는 공영방송
입력 2014-05-30 03:49
청와대의 보도 개입 논란으로 퇴진 압박에 시달렸던 길환영 KBS 사장의 거취결정은 6·4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KBS 노동조합(KBS노조)과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29일 파업에 들어가 공영방송 KBS가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노조가 분리된 2010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공동 파업’이다.
KBS 양대 노조원 3700여명은 이날 오전 5시 일제히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9일부터 제작 거부에 돌입한 기자들과 함께 PD, 아나운서, 기술직종 구성원들이 모두 업무에서 손을 떼 이날 KBS 1TV 6시 뉴스, 뉴스광장, 9시 뉴스, 2TV 세계는 지금 등 대다수 프로그램이 부장, 팀장급 앵커의 단독 진행이나 VCR로만 방송됐다.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도 외부 진행자를 긴급 섭외하거나 재방송하는 등 KBS 1·2TV와 라디오 등 전 분야에서 방송 파행을 겪고 있다.
특히 코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 개표방송과 보름도 안 남은 2014 브라질월드컵 중계방송에서도 파업의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음주 초로 계획됐던 드라마 제작발표회 등 각종 행사도 취소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3시 양대 노조원 1000여명이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 파업 출정식을 열고 한목소리로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KBS 이사회는 전날 KBS 본관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놓고 9시간 넘는 격론을 벌인 끝에 자정을 넘긴 29일 새벽 1시쯤 임시이사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야당 측 이사 4인이 지난 19일 방송편성의 독립성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길 사장의 해임안을 제출, 두 차례 논의 끝에 상정됐지만 이날 표결하자는 입장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부딪치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사회 결정은 결국 6·4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달 5일로 미뤄졌다.
KBS 관계자는 이날 “양 노조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회사는 불법행위에 대해 타협과 관용이 없으며 민형사상 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