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요양병원, 최근 간호인력 대폭 줄여 화 키워… 허술한 안전관리·비효율 구조 작업
입력 2014-05-30 03:57
신경안정제 과다 투입, 근무인력 과부족, 방화여부 논란 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효사랑병원) 화재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많다.
유족들은 병원이 환자들에게 신경안정제를 과다 투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29일 “병원이 환자 관리를 손쉽게 하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과다 투여하는 바람에 화재 피해가 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부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병원에서 만난 생존자 김모(68·여)씨는 “밤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낮에 의사한테 수면제를 달라고 하면 받아서 밤에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병원에서 8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반면 증세가 호전돼 2년여간 병원 운영을 도운 환자 이모(60)씨는 “보호자들이 약물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지만, 병원은 약값 때문에 약물을 많이 쓰려고 하진 않는다”며 “내가 아는 한 그런 부분(약물 과다 투여)은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이 최근 간호 인력을 대폭 축소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는 “각 병동에 정식 간호사, 간호조무사, 생활지도사가 많이 있었는데 병원이 최근 체제를 바꾸면서 이들을 많이 해고하고 병동당 2명 정도만 남겨뒀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간호사 근무 체계가 하루 3교대로 바뀌는 바람에 야간 당직 인원도 한두 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번 화재 당시 별관의 야간 근무자는 간호조무사 한 명뿐이었다.
근무인력이 부족해지면서 환자들 식사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경우도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는 “한두 사람이 30여명의 밥을 먹이려다 보니 주로 미음 같은 것을 끓여서 주사기로 입에 넣어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마저도 입을 안 벌리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3층 다용도실 인근 CCTV를 분석해 발화 직전 다용도실에 들어갔다 나온 김모(81)씨를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보고 긴급 체포했다. 김씨는 지난 1일 ‘상세불명 뇌경색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뇌경색은 거동이 불편할 뿐 치매와 달리 의식이나 기억력은 분명하다. 김씨가 뇌경색 환자라면 의도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얘기가 되는데, 구체적인 방화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씨는 “김씨가 병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병원에서 신경을 많이 썼던 사람”이라며 “그렇게 쉽게 불을 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단순 뇌경색인지 치매진단을 받았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김씨의 증세가 일종의 치매 증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광주=백상진 황인호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