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소비 심리를 어찌하리오… 정부, 보완책 마련 착수
입력 2014-05-30 02:10
세월호 참사 여파가 단기간 일부 업종이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 중장기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침체된 소비심리와 내수를 되살리기 위한 경기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세수부족으로 실탄이 부족한 정부는 일단 재래시장 상품권 할인판매 등 민생업종과 관련된 ‘돈 안 드는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침체된 내수에 엎친 데 덮친 격=정부는 올해 초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내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 분기(0.6%)에 비해 절반 수준인 0.3%에 그쳤다. 2분기 들어 회복을 기대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도 나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다음 달 종합경기 전망치는 94.5로 2월 전망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BSI 전망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반대다. BSI 전망치는 지난 2월 88.7을 기록한 이후 호전되다가 고꾸라졌다. 내수가 꺼지니 고용 상황도 좋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4월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종사자 수 증가폭이 2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도·소매업(-7만5000명)과 구조조정 중인 금융·보험업(-5만2000명)은 종사자 수가 줄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높은 가계부채, 낮은 임금증가율, 약한 소비심리 등에 따라 빠른 소비 회복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마른 수건 짜는 정부, 내수 불 지필 묘수 고심=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민생업종 현장간담회를 열고 민생업종 애로 완화 방안을 밝혔다. 정부는 우선 다음 달 5일부터 8월 말까지 시중은행 창구에서 1000억원 상당의 온누리 상품권을 개인구매자에게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 현재 현금 구매 시 월 30만원 한도로 5%로 적용하던 할인율을 10%로 끌어올린 것이다. 공무원 복지포인트도 8월까지 조기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복지 포인트는 공무원 복지 향상을 위해 매년 지급되는 포인트로 서점과 의류점 식당 등에서 쓸 수 있다. 또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주 1회 이상 청사 인근 민간 음식점 이용을 유도하고 공공부문의 소모성 경비는 8월 말까지 70% 이상 집행토록 했다. 세월호 참사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를 위해 안전성을 담보해 6월 중 수학여행을 재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당장 시행할 수 있으면서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방안을 짜고 짜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우리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내수·소비 진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소비세 환급 등 재정에 무리가 가는 정책은 곳간에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부동산시장, 내수업종 등 경제 분야별로 파인튜닝(미세조정) 방식이 될 것”이라며 “돈 안 들이고도 내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한장희 김찬희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