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美 코스트코가 꿈의 직장된 비결… “급여는 높게 마진은 낮게… 직원 행복이 기업 경쟁력”
입력 2014-05-30 03:08
미국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일하는 조 카셀로(60)는 연봉이 5만2700달러(5400만원)이고 1년에 5주씩 휴가를 쓴다. 회사와 함께 적립한 퇴직연금이 넉넉하게 있어 은퇴 이후도 두렵지 않다. 이 회사에 26년간 있으면서 해고될 걱정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카셀로는 “매일 이곳에 일하러 나올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회원제 창고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는 최근 구직정보업체 글래스도어가 선정한 ‘미국 내 직원 보수·복지 톱 25개사’ 중에서 2위에 올랐다. 페이스북(3위), 어도비(4위) 등 실리콘밸리의 첨단 IT 기업들이 즐비한 리스트에서 코스트코는 유일한 유통업체인 데다 1위 구글과 평점 차이가 거의 없어 많은 현지 언론들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연봉 등 계량적 데이터를 단순 비교한 결과가 아니라 각 기업 직원들이 익명으로 자기 회사에 대해 항목별로 평점을 매긴 결과였다.
글래스도어 홈페이지에 코스트코 직원들이 올린 회사 평가를 보면 칭찬 일색이다. 카셀로의 경우처럼 억대 연봉이 아닌데도 대다수가 급여와 복지 혜택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코스트코 매장 계산대 직원의 평균 시급은 15.2달러(1만5600원)로 타깃(8.18달러), 월마트 샘스클럽(9.37달러) 등 경쟁사보다 훨씬 많다. 또 월마트가 직원의 절반 정도에게만 건강보험료를 보조해주는 반면 코스트코는 직원의 88%에게 지원해준다. 시간제 근로자에게 건강보험·유급휴가·질병수당 등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코스트코의 특징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제이넵 톤 교수는 “미국 유통업체 대부분은 직원을 감축해야 할 비용 중 하나로 여긴다”고 말했다. 이런 업계에서 왜 코스트코만 튀는 걸까. 이유는 마트 잡역부로 시작해 1984년 코스트코를 창업한 짐 시네갈(78)의 경영철학에 있다. 그는 제품 가격은 낮추고 직원들에게는 높은 임금을 주는 원칙으로 성공을 거뒀다. 가격을 낮추려고 임금을 최대한 깎는 업계의 일반적인 논리와 반대로 간 것이다. 톤 교수는 “저임금은 노동과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려 매출·수익 저하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시네갈은 직원의 행복이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증권가에선 과도한 임금과 복지를 줄여야 이익이 는다고 충고했지만 시네갈은 3년마다 임금을 올렸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인력·임금 감축이 횡행하던 2009년에도 시급을 1.5달러 인상했다. 본인 연봉은 2011년 은퇴 당시 32만5000달러로 경쟁사 최고경영자(CEO)들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직원 급여는 많이 주되 다른 비용과 마진율을 최소화해 제품 가격을 낮췄다. 제한된 품목을 대용량으로 팔면서 광고를 하지 않아 비용을 줄였고, 자체적으로 정한 마진율 14∼15%를 철저히 지켰다. 시네갈은 15% 이상을 남기면 고객들이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임 CEO 크레이그 젤리넥(60)도 시네갈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그는 “고객과 직원을 정중하게 대하면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저렴한 가격과 직원 행복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의 성공 사례는 기업의 부(富)가 가계로 옮겨지지 않아 문제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만큼 임금을 올려줘야 가계 소득이 늘어 소비가 살아나고 투자도 확대되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법정 최저임금을 현행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민생 투어에 나서면서 첫 방문지로 코스트코 매장을 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곳에서 “코스트코처럼 수익성 있는 회사는 고임금을 생산성 제고 수단으로 본다”고 입이 마르게 칭송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