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부산국제모터쇼] 친환경차 주춤… 디젤 엔진·SUV의 무한 질주
입력 2014-05-30 02:12
최근 2∼3년간 국내 모터쇼는 친환경 자동차가 주도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을 앞세워 친환경 기술력을 뽐냈다. 하지만 29일 사전공개행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8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부산국제모터쇼는 그동안 흐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친환경차 대신 디젤엔진 차량과 다양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무대의 중심에 섰다.
◇디젤엔진 시대 본격화=현대자동차가 그랜저 디젤 모델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수입 디젤엔진 차량의 치솟는 인기에 대응하는 현대·기아차의 전략 중심은 준중형차였다. 지난해 아반떼, K3에서 디젤 모델을 출시했다.
현대차가 그랜저 급에서 디젤차를 내놨다는 것은 디젤엔진이 전체 차급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랜저 디젤은 국내 업체가 만든 최초의 준대형 승용 디젤 차량이다.
이 차에는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의 힘을 내는 R2.2 E-VGT 엔진이 장착됐다. SUV인 싼타페에 들어가는 엔진을 개선한 것으로 유로 6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한다. 연비는 14.0㎞/ℓ이다. 2015년형 그랜저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 등 연료별 모델을 모두 갖추게 됐다.
그동안 국내에 디젤차를 팔지 않았던 한국닛산도 소형 SUV ‘캐시카이’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2007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200만대 이상 팔린 모델이다. 특히 디젤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인기를 검증받았다. 해외서는 2세대 모델이 지난 1월 출시됐다. 디젤 엔진 크기는 1.5ℓ, 1.6ℓ 두 가지다. 국내에는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닛산은 캐시카이를 국내 시장의 주력 모델로 키울 계획이다.
슈퍼카 브랜드인 마세라티도 ‘콰트로포르테’, ‘기블리’ 디젤 모델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두 모델 모두 3ℓ짜리 V6 디젤 터보엔진이 탑재됐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대신 디젤차에 집중하는 이유는 ‘먼 미래’보다 ‘가까운 내일’을 더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중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전기차보다 당장 판매에 유리한 디젤엔진에 매달리겠다는 의도다.
◇다양한 SUV와 고성능 모델 선보여=여러 특색 있는 SUV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번 부산모터쇼의 특징이다. SUV가 시장에서 전방위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더 뉴 GLA 클래스’와 렉서스의 NX300h는 모두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각각 디젤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효율적 연비를 낸다. 더 뉴 GLA 클래스는 하반기, NX300h는 오는 10월 출시된다. 링컨의 소형 SUV ‘올 뉴 MKC’도 소개됐다.
SUV 전문 브랜드인 랜드로버는 더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하는 ‘레인지로버 롱휠베이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다음 달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폭스바겐코리아는 6인승 중형 SUV 콘셉트카인 ‘크로스블루’를 아시아에서 최초로 소개했다. 충전한 전기를 다 쓰면 내연기관으로 운행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상당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가솔린 엔진을 채택한 것과 달리 디젤엔진을 탑재한 게 특징이다.
최근 추세에 맞게 여러 가지 고성능 모델도 소개됐다. BMW코리아는 뉴 M3와 뉴 M4 쿠페 모델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BMW 모델에서 ‘M’이 붙은 차량은 더 큰 힘을 내는 고성능 모델을 뜻한다. 두 차량에는 새로운 M 트윈파워 6기통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돼 최고 431마력의 힘과 최대 56.1㎏.m의 토크를 낸다. 둘 모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1초에 도달한다.
폭스바겐도 7세대 골프의 고성능 모델인 골프 GTI(가솔린)와 골프 GTD(디젤)의 출시를 선언했다. 골프 GTI의 경우 터보차저 엔진과 6단 DSG 변속기가 결합돼 최고 211마력의 힘을 낸다. GTD는 전 세대에 비해 14마력 늘어난 184마력의 최고출력을 지녔다. 모터쇼를 위해 방한한 폭스바겐의 올리버 스테파니 수석 디자이너는 “전면부 빨간색 줄로 상징되는 전통적 디자인 철학을 지키면서 현대의 감각을 가미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도 고성능 쇼카 ‘벨로스터 미드십’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엔진을 차축 중간에 위치시키고 뒷바퀴를 굴리는 ‘미드십’ 형식을 채택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고성능 스포츠카 GT4 스팅어의 콘셉트카도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현대차는 올 연말 출시 예정인 신차 ‘AG’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제네시스와 그랜저의 중간급 세단이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적용됐다. 최근 나온 제네시스, 쏘나타와 외관이 비슷하다는 평가다.
부산=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