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乳제품 시장도 중국이 ‘쥐락펴락’

입력 2014-05-30 03:00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 세계 경제가 일희일비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도 마찬가지다. 중국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유제품 소비가 급증했고 그 혜택은 그동안 최대 유제품 수출국인 뉴질랜드가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유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관련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제품의 국제 거래가격은 지난 2월 최고점을 찍은 뒤 하향세로 돌아섰다. 글로벌유제품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평균 낙찰가격이 t당 4000달러(약 400만원) 밑으로 떨어져 2월에 비해 20% 이상 하락했다. 중국의 분유 재고량이 증가해 수입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이 중국시장에 뛰어들면서 늘어난 공급량도 한몫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뉴질랜드 최대 유가공기업 폰테라의 시어 스피어링스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재균형 과정을 거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유제품 가격은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2008년 중국에서 독성화학물질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를 먹고 신생아 6명 이상이 사망한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중국 부모들이 자국산 분유 업체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의 전반적인 상승세 외에도 뉴질랜드의 지난해 가뭄으로 공급이 부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경제 전망을 통해 뉴질랜드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3.3%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2.7%), 일본(1.4%),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1.2%)과 비교하면 선진국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수치다. 뉴질랜드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낙농업 호황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중국의 유제품 수입액 50억 달러(약 5조원) 중 80%는 뉴질랜드산이었다.

이처럼 호황을 누리던 뉴질랜드 낙농가들은 유제품 가격 하락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폰테라는 자사에 우유를 공급하는 농가 1만500가구의 수입이 최대 20억 뉴질랜드달러(약 1조72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낙농업에 대한 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 중국 중산층의 유제품 소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에서다. 호주 농업부는 중국의 유제품 수입액이 2050년까지 1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과 유럽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소비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낙농가들은 성장의 활로를 중국에서 찾고 있다. 미 낙농수출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도 5년 전에 비해 2배 증가한 15%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15년 우유 생산 제한 쿼터가 만료되는 것을 계기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유제품 수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