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구촌 30% 20억명 비만·과체중 시달려
입력 2014-05-30 03:54
전 세계 인구 중 30%가 비만 또는 과체중이고, 지난 30년간 비만율을 억제한 나라가 한 곳도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는 현대화된 생활 방식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워싱턴대학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가 29일 영국의 의학저널 ‘란싯’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억명 이상이 현재 비만 또는 과체중 상태였다. 또 198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비만 및 과체중 인구가 2.5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각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는 같은 기간 188개국의 각종 비만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비만 인구의 수는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이집트 독일 파키스타 인도네시아 순으로 많았으며 상위 10개국에 전 세계 비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됐다. 인구 중 비만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남성 60%, 여성 65%가 비만 또는 과체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남성 70.9%, 여성 61.9%가 비만 또는 과체중으로 분류됐고 전 세계 비만 인구의 13%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의 36.9%, 여성의 27.2%가 이에 해당됐고, 북한은 남성 4.1%, 여성 4.7%로 집계됐다. 남태평양 서사모아 일대 국가들도 생선 섭취량이 많아 비만 인구가 인구의 다수를 점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비만이, 선진국에서는 반대로 남성 비만이 더 많았다. IHME의 알리 모크다드 교수는 개도국 여성들은 가족을 돌보며 일도 해야 하는 처지에 있어 체중을 관리할 여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선진국 남성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정적인 업무와 교외 거주로 인한 출퇴근 시간 증가가 거론됐다.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토퍼 머레이 박사는 “단 한 국가도 비만율이 감소되지 않았다는 것은 비만율을 낮추는 게 얼마나 어려운 도전인지를 보여준다”며 “매우 암울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부자일수록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경향이 발견됐다”며 소득과 비만율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비만전문가 시에드 사하는 “근대화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히말라야의 외딴 마을들조차도 지난 20년 사이에 비만율이 증가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전화를 걸 땐 몇 시간씩 걸어가야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