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9가지 지혜

입력 2014-05-30 02:43


혁신지식/박재윤/한국경제신문

이 책이 의미심장한 것은, 21년 동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재무부 장관, 통산산업부 장관을 지낸 박재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선택한 주제가 ‘혁신지식’이라는 점이다.

경제학은 우리 시대의 철학처럼 최고의 가치로 군림하고 있다. 효율적인 자원의 배분, 그것이 최상의 가치인 것처럼 통용된다. 그러나 경제 현장을 누구보다 잘 꿰고 있는 원로 경제학자인 저자는 정보를 꿰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지혜를 더 강조하고 있다. 책 곳곳에서 젊은 세대의 독자에게 자신이 경제학계에서 터득한 인생의 지혜를 남겨주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정보력·창의력·협력으로 혁신지식을 만들어내는 9가지 지혜를 이야기하는 대목들이 때때로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경구로 승화된다.

“인생의 비전은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사명과 가치와 계획이 그것이다. 사명이란 내가 평생 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고, 가치란 사명을 수행할 때 어떠한 원칙을 지켜갈 것인가에 관한 것이며, 계획이란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갈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57쪽)

“인간관계에 경청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중략) 경청을 통해 참고·이해·합의가 잘 이뤄지는 사회일수록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123쪽)

경제학자답게 책 곳곳에 간결한 다이어그램과 지혜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팁 리스트를 집어넣어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비전을 세우라, 이중언어 구사자가 돼라, 컴퓨터를 사랑하라, 시계열로 보라, 횡단면으로 보라, 역발상을 도모하라, 시너지를 추구하라, 코칭 파트너가 돼라, 승승사고를 가지라 등 9가지의 지혜를 적확한 개념 정의와 풍부한 사례, 논리적 설명으로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비전을 세우거나 시너지를 추구하라는 이야기에 비해 컴퓨터를 사랑하라거나 이중언어를 습득하라는 도구적인 조언은 덜 중요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비전은 있되 도구가 없으면 실현할 수 없고, 도구를 갖춰도 비전이 없다면 사용할 수 없다”며 비전과 도구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