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태극전사, 5월 30일 마이애미로 출국… “홍명보호, 이젠 부상과의 전쟁” 특명
입력 2014-05-30 02:39
“부상자를 관리하라.”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홍명보호에 특명이 내려졌다. 바로 부상자들의 몸 상태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국내에서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지난 28일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많은 문제점을 보여줬다. 이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부상을 입었거나 부상 경력이 있는 선수들의 경기력이었다.
대표팀은 부상 때문에 월드컵을 불과 보름을 앞두고 선수 교체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었다. 대한축구협회는 29일 “부상 회복 진행 속도가 더딘 김진수(니가타) 대신 박주호(마인츠)를 대체 발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수비의 아킬레스건인 왼쪽 풀백 요원 김진수는 소속팀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부상을 안고 지난 21일 대표팀에 합류했으나 회복이 빠르지 않아 결국 생애 최초 월드컵 진출의 꿈을 접었다. 반면 봉와직염으로 독일에서 수술을 받고 목발을 짚은 채 지난달 28일 귀국한 박주호는 지난 8일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맛봤지만 마침내 브라질 입성의 꿈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박주호가 여전히 부상에서 완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박주호는 입국한 뒤 수술 부위 실밥을 풀고 나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고 있다. 결전을 코 앞에 두고 아직 다른 선수들과 손발을 한 번도 맞춰보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튀니지전에서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마저 발목을 다쳐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홍정호는 중앙에서 홍명보호의 수비를 진두지휘하는 선수다. 왼쪽 풀백에 이어 중앙 풀백 자리도 불안해진 셈이다. 축구협회는 인대나 뼈 손상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정밀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부상에서 회복 단계에 있는 선수들도 실전에서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팀 스트라이커 박주영(왓포드)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지만 쉬었던 만큼 실전 감각이 상당히 저하된 모습이었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 단계에 있는 미드필더 기성용(선덜랜드)도 경기력에서 의문 부호를 낳았다. 실제 경기 전반 43분 기성용은 상대 공격수 주하이에르 다우아디가 돌파할 때 앞 선에서 이를 막지 못해 결과적으로 결승골을 내줬다. 기성용은 또 경기를 앞두고 가진 국민의례 때 왼손을 오른쪽 가슴에 대는 모습이 포착돼 경기 외적으로도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축구대표팀은 이전 월드컵에서 부상자 관리를 제대로 못해 많은 낭패를 봤다. 1998 프랑스월드컵 때는 부동의 스트라이커 황선홍이 중국과의 평가전 및 출정식에서 부상을 당해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은 1무2패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을 뿐 아니라 차범근 감독마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하는 최악의 결과를 보여줬다. 2006 독일월드컵 때도 대회 시작 두 달을 앞두고 이동국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킬러를 잃은 대표팀은 조별예선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4년 뒤인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월드컵 첫 출전을 준비하던 곽태휘가 당시 벨로루스와의 평가전에서 다리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에서도 부상자 관리 여부에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신문선 성남FC 대표이사는 “8강에 가기 위해선 조별리그가 시작될 때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우리 선수 중 부상 선수들이 좀 있는데 이들이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대표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부상자 관리라는 숙제를 안고 30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