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새겨진 문화와 민족 코드 (6) 잉글랜드] 축구 기본 규칙 만든 ‘宗家’… 지역 팀 사랑 남달라

입력 2014-05-30 02:20


잉글랜드는 축구 종주국이다. 이곳에서 현대 축구와 축구협회가 탄생했다. 보통 대한축구협회(KFA) 처럼 각국의 축구협회는 FA 앞에 자국의 머리글자를 넣는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그냥 FA(Football Association)다. 1863년 런던의 축구클럽과 학교 축구부 관계자들은 선술집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축구의 기본적인 규칙을 정한 후 즉석에서 FA를 창설했다.

중세 잉글랜드 마을은 인근 지역과 정기적으로 축구 경기를 벌였는데 경기 방식은 단순했다.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돼 미리 합의된 지점(주로 교회)으로 공을 옮기는 쪽이 이겼다. 이런 전통 때문에 잉글랜드에선 지역 팀에 대한 애정이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지보다 훨씬 강하다.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엔 열광하면서도 K리그 경기엔 냉담한 우리나라 현실과는 정반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제축구연맹(FIFA)을 만든 나라는 잉글랜드가 아니라 프랑스다. 20세기 초 축구 인기가 영국에서 해외로 확산되면서 축구를 관리할 조직체가 필요해졌다. 유행을 잡아내는 데 민감한 프랑스인들은 1904년 5월 21일 프랑스 파리에 FIFA를 설립했다. FA는 1906년 마지못해 FIFA에 가입했다. 하지만 축구 종가라는 자존심을 너무 내세운 바람에 ‘왕따’가 됐다. FA는 결국 1928년 FIFA에서 전격 탈퇴했다. 잉글랜드가 자만에 빠져 있는 동안 다른 나라들의 축구는 급격히 성장했다.

20세기 초까지 감독도 없이 ‘동네축구’를 했던 잉글랜드 축구는 국제무대에서 고전했다. 잉글랜드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야 현대적인 축구를 받아들였고, 1946년 FIFA에 다시 가입했다. 1950 브라질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축구 후진국 미국과 스페인에 잇따라 패해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1954 스위스월드컵에선 우루과이와의 8강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월드컵에서 마침내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서독 등 강호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축구 종가로서의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잉글랜드 축구는 단순한 플레이를 선호한다. 브라질 축구가 곡선이라면 잉글랜드 축구는 직선이다. 잉글랜드 축구 전통은 ‘킥 앤 러시(차고 달리기)’ 전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전술이 잉글랜드에서 각광을 받은 건 잉글랜드 사람들이 단순한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날씨 때문이기도 하다.

잉글랜드 날씨는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변덕스럽다. 연중 기온이 낮고 흐리다. 안개가 자주 끼고 수시로 소나기가 내린다. 선수들은 이런 날씨에서 좋은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강한 체력을 길러야 했다. 비가 내려 질퍽거리는 그라운드와 안개 때문에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는 짧은 패스보다 긴 패스가 유리했다. 킥 앤 러시의 매력은 공수 전환이 빠르고 선이 굵다는 점이다. 잉글랜드 축구 스타일에선 강인하고 우직하며 열심히 달리는 박지성 같은 선수들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반면 플레이 메이커들은 인색한 평가를 받았다. 잉글랜드인들은 강인함과 성실함 그리고 우직함이야말로 자신들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