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선한 행실의 천국 순례자

입력 2014-05-30 02:31


요한복음 14장 23절

하나님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이 성서 본문은 예수님께서 성(聖)목요일 저녁에 잡히기 전 제자들에게 주신 마지막 말씀의 한 부분입니다. 예수님 계명을 지키며 사는 사람에게 하늘나라 거처가 주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인생은 천국을 향해 걸어가는 순례입니다. 천국 순례자가 걸어야 하는 장소는 다름 아닌 세상입니다. 선한 행실로 걸어가야 합니다. 교회와 신자는 세상을 떠나서 결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잘못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초대교회 때 영지주의(Gnosticism)의 영향이 교회 안으로 파고들어와 많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들은 세상은 악하고 교회는 선하다는 극단적 이원론으로 신앙을 이해하고 가르쳤습니다. 후에 이 사상은 극단적으로 금욕주의를 실천하는 식의 내용으로 지금까지 그리스도교 정통신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며 그것을 따르라”(벧전 3:11). “또 너희가 열심으로 선을 행하면 누가 너희를 해하리요”(벧전 3:13).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 세상을 선한 행실로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가르침은 그리스도인의 통과의례 중 하나인 세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례 때 제대(祭臺) 위에 불을 붙인 세례초를 수세자(水洗者)에게 주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때 집례자는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고 말합니다. 선한 행실로 천국 순례자의 삶을 살라는 말입니다.

교회가 자신만의 진리를 고집하며 세상과 분리되고 차별되려고 하는 게 우리가 직면한 문제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히 12:1)라고, 신자에게 주어진 세상에서의 경주를 다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일부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자신만의 공동체를 이루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선 이런 현상이 인간 중심의 세속화로부터 벗어나 신 중심의 신앙을 투철하게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어떤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세상 속에 머물고 참여하면서 세상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19세기 초 영국 시인 바이런은 누군가와 함께 걷는 한 소녀의 모습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했습니다. ‘별이 총총한 맑은 밤하늘처럼/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지상의 모든 것과 화평한 마음/ 순진한 사람의 마음을.’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님께서는 친히 이 세상에 오셔서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울고 웃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상과 사람을 위한 속죄 제물로서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내어주시고 죽으셨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사람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세상 속에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을 따라 선한 행실로써 세상을 걷는 천국 순례자의 삶을 삽시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홍경만 목사(남부루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