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혁성과 도덕성 갖춘 총리감 차분하게 구하라
입력 2014-05-30 02:51
당장은 현 내각 다잡아 행정누수 최소화해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국정 공백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개혁성이 강점인 안 후보자의 총리 임명을 계기로 빠른 시일 내 내각을 정비해 이른바 국가개조에 나서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은 완전히 헝클어져 버렸다. 총리 후보자를 다시 내정해 임명 절차를 밟고, 새 총리의 제청을 받아 개각을 하려면 제2기 내각은 7월 초나 돼야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 달가량을 퇴진이 예정된 ‘정홍원 내각’과 불편한 동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다.
박 대통령에게 새 총리 인선은 참으로 중요하다. 취임 1년3개월 만에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상태에서 또 다시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그 후폭풍은 정권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난관에 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총리감을 발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본인과 가족의 신상이 털리는 부담 때문에 총리직을 고사하는 사례가 예상돼 인선에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점을 감안해 우선 현 내각을 다잡아 국정 공백에 따른 행정 누수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 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교체가 거론되는 장관들에게 애국심 차원에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할 필요가 있다. 그만둘 것이란 이유로 국무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 작업은 차치하고라도 국가안보와 경제 현안은 빈틈없이 챙기도록 해야 한다.
새 총리 인선은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겠다. 국가개조와 관피아 혁파를 위해서는 강한 추진력과 개혁성, 도덕성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 국민통합과 대탕평 이미지를 갖추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 국민 정서상 출신 지역은 감안하되 직역에는 구애받지 않고 널리 인재를 구함으로써 국민의 믿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 한때 대통령 본인을 비판했던 인사나 야당 출신 정치인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여유를 가져봄직하다. ‘수첩 인사’는 정말이지 단념해야 한다.
총리 인선 직후 개각 작업을 해야겠지만 정부 조직을 좀 더 짜임새 있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확정했다는 조직개편안은 허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사회 분야 부총리가 꼭 필요한지, 해양경찰청 폐지와 함께 신설키로 한 국가안전처 조직이 과연 효율성을 발휘할 것인지 국회 차원에서 심도 있는 토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을 완결짓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력이 필수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의견을 교환하는 적극성을 발휘하기 바란다.
개각은 신중을 기해서 하되 공석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만큼 인선을 서두르는 게 좋겠다. 차제에 청와대 비서실도 전면 개편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