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뛰는 검찰 나는 유병언’ 대체 이게 말이 되나
입력 2014-05-30 02:31
검찰의 ‘유병언 추적’이 연일 허공을 헤매고 있다. 검찰은 6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현상금을 걸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부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국 6대 지검에 구성된 검거반 외에 대검찰청 인력까지 동원하면서도 유씨 부자의 신출귀몰에 오히려 놀아나고 있는 형상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유병언 일가를 신속하게 검거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나 검찰은 “검거는 시간문제”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후 속전속결로 유씨 수사를 마무리할 것 같은 기세였지만 한 달이 넘도록 유씨의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여러 차례 유씨 신병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검거에 실패하면서 수사·정보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가장 결정적인 실수는 지난 25일 전남 순천에서 나왔다. 검찰은 유씨의 순천 별장 은신을 확인하고도 경찰과 정보 공유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단독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검거에 실패했다. 이후 며칠째 수색에도 불구하고 순천 부근에서 유씨의 모습이 잡히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유씨의 밀항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검찰의 헛발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검찰은 유씨가 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을 지난 17일 빠져나간 사실을 알고도 나흘 뒤 뒷북 수색을 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빈손이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도 유씨의 자진출석을 확신하면서 신병 확보에 안일하게 대응했다. 유씨의 비협조도, 구원파 신도들의 집단 저항도 예상됐지만 검찰은 이에 치밀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도피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진 유씨 부자는 끝없이 검찰을 우롱하고 있다. 유씨와 장남, 차남은 허술한 추적을 따돌리고 조직적으로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법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에게 사상 최대의 현상금이 걸린 이유일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의 실수를 거울삼아 모든 정보·수사력을 동원해 하루빨리 유씨 부자를 검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