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문턱서 실수한 문제아이들과 함께 걷는 기적
입력 2014-05-30 02:19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베르나르 올리비에·임수현 옮김/(효형출판·1만3000원)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열여섯살에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토목공, 항만 노동자, 외판원을 전전하다 독학으로 대학입시를 치렀다. 유수의 신문과 잡지사에서 30년간 기자로 일하고 은퇴한 뒤, 밀려드는 공허감을 극복하기 위해 터키에서 중국까지 실크로드 1만2000㎞를 걸었다.
그 여정에서 돌아온 후 탄생한 것이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쇠이유(Seuil·문턱)’라는 이름의 단체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보내는 대신 2000㎞의 낯선 길을 걷게 하는 것이 이 단체의 활동이다. 도보 여행의 의미를 아는 어른들이 참여해, ‘문제아이’들을 데리고 석달 동안 아무 보상도 바라지 않고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며 걷는다.
이들이 발을 주물러주고 물집에 밴드를 붙여주는 것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타인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한다. 실수를 거듭해 인생의 실패로 다가서던 아이들이, 믿을 수 있는 어른을 만나고 긴 길을 끝까지 걸어내며 스스로 인생의 문턱을 넘어선다. 관용과 공존, 성장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책이다. 임수현 옮김.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