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19세기 사랑과 탐험 그리고 여자의 일생

입력 2014-05-30 02:19


모든 것의 이름으로 1, 2/엘리자베스 길버트(민음사·각 1만3800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앨마 휘태커라는 여성의 일생을 2권의 책에 담아냈다. 앨마는 약용 식물 거래로 필라델피아 최고의 부를 거머쥔 풍운아 헨리 휘태커의 외동딸. 책장을 넘길 때마다 런던의 뒷골목, 모험의 땅 페루, 필라델피아의 저택, 천국과 닮은 땅 타히티, 엄숙한 도시 암스테르담까지, 전 세계를 배경으로 사랑과 탐험으로 이어진 여자의 삶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소설은 로맨스로 시작해 미스터리와 여행기, 과학서의 범주를 넘나든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이는 저자의 영리한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바로 앨마의 직업이라는 장치다. 식물학 분야에 헌신한 앨마를 통해 과학적인 내용부터 19세기 식물 사냥꾼의 모험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저자는 19세기 유럽과 폴리네시아 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상당한 문헌 조사와 답사 등의 고증을 거쳤다. 그래서 책은 사실감이 넘쳐 독자는 주인공이 도서관에서 중세의 명저를 읽을 때면 함께 그 책을 읽는 듯한 기분에 젖게 된다. 폴리네시아 정글에 있는 이국적인 열대 나무를 눈 앞에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변용란 옮김.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