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이솝 우화에 덧씌워진 편견을 벗기다

입력 2014-05-30 02:15


늑대가 나타났다/크리스토발 조아논/베틀북

토끼는 거북이에게 ‘느림보’라며 핀잔을 줬다. 기분이 상한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다. 예상대로 토끼가 빠르게 앞서갔다. 거북이가 보이지 않자 토끼는 나무 그늘 밑에서 잠이 들었다. 그 사이 거북이는 쉬지 않고 달려 토끼를 앞질렀고 결국 우승을 하게 됐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줄거리다. 그런데 그 뒤에 다음 질문이 주어진다면?

“끈기 있게 혼자 경주를 마친 거북이도 훌륭하지만 자고 있는 토끼를 깨워 함께 달리는 거북이의 모습도 상상해 보세요.”

사람들은 이 질문 하나로 그 동안 재능은 없어도 꾸준히 노력했던 거북이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거둘지 모른다. 재능을 믿고 자만하던 토끼에게는 동정의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동화지만 동화 같지 않은 ‘늑대가 나타났다’의 이야기들은 이솝 우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했다.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솝 우화는 우리 삶의 다양한 가치와 진실을 함축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전해왔다. 하지만 선과 악, 강함과 약함, 겸손과 교만 등 이분법적 가치를 기준으로 세웠다. 한 쪽으로 치우친 교훈을 전하거나 지나치게 도덕적인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난 저자 크로스토발 조아논은 논리학과 수사학이라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이솝 우화에 덧씌워진 편견을 벗겨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줬다.

만약 바람과 태양이 나그네의 옷 벗기기가 아닌 옷 입히기 시합을 했다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전에 쥐들이 고양이와 맞서 싸우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김유진 옮김.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