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후보 사퇴] 與 “정치공세에 검증기회 잃어”, 野 “인사시스템 붕괴”

입력 2014-05-28 23:46

여야는 28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에 대해 극단적으로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연한 결과라며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내친 김에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을 정면 비판하며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강직한 성품으로 공직사회의 개혁을 이끌 적임자였는데 국민검사에서 국민총리로 가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세월호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 국가 대개조를 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과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게 돼 애석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정치적 난도질과 장외 난전에 휘둘려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며 “야당이 이처럼 모든 것을 정쟁거리로 삼아 ‘슈퍼갑’으로 나오는 횡포에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탄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청문회에서 공식으로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기 전에 여러 가지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전관예우 등으로 의혹을 산 수임료 등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여러 지적에 후보자가 스스로 용퇴의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사실을 접한 뒤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적폐’를 해소할 인사로 내세운 ‘국민검사’가 청문회에 나서기도 전에 낙마하면서 여당이 체면을 구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안 후보자를 적극 엄호했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새정치연합은 안 후보자를 흠집 내려 하기 전에 안 후보만큼 부정부패에 맞서왔나, 강직하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면서 이런 적극적 변호가 무색해진 셈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라며 “앞으로 임명할 총리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했던 것처럼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인사로 인재풀을 넓혀 인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인사검증시스템의 무능을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라며 “국무총리 후보를 내놨다가 사실상 국민들로부터 거부당한 셈이니 거기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공격했다.

박광온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을 위한 인사가 아닌 청와대를 위한 인사의 결말”이라며 “국가재난시스템의 붕괴에 이어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붕괴된 결과로 본다”고 지적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공세로도 이어졌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참모진의 무능력과 무감각이 다시 확인되었다”며 “김 실장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성수 유성열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