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후보 사퇴] 총리 인선 첫 단추부터… ‘수습 내각’ 삐걱
입력 2014-05-29 03:31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28일 전격 사퇴로 침체된 세월호 정국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향후 조각 수준의 대대적인 내각 개편을 통해 고강도 공직사회 개혁을 이끌어가려 했던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계획은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선 청와대 주도의 정상적인 세월호 정국 수습과 발전적 개혁이 당분간 ‘올 스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안대희 카드’는 박 대통령이 현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회심의 선택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 대(大)개조 수준의 공직사회 개혁의 적임자로 안 후보자를 선택했다. 교육·사회·문화 부총리를 신설하는 등 내각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것도 이런 구상의 연장선에서였다.
소신과 원칙, 청렴 이미지를 갖춘 안 후보자를 2기 내각의 수장으로 앉힌 뒤 공직사회를 개혁함으로써 현 정부 최대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안 후보자를 선택한 것은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실현해 내각을 총괄 지휘하면서 2기 내각의 국정쇄신 동력을 한껏 끌어올리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 절차도 제대로 밟지 못한 채 낙마하면서 ‘안대희 카드’는 오히려 현 정국에 더 큰 부담이 됐다. 국정에 새로운 활기와 추진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던 안 후보자의 하차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역시 떨어뜨리게 됐다. 개혁의 아이콘으로 삼았던 안 후보자가 오히려 정부에 대한 여론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국 수습에 최상의 카드를 선택한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내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이 구상한 공직사회 개혁의 키워드인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사회시스템 전반 개혁 등은 당분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관피아 척결의 선봉에 설 것으로 기대됐던 안 후보자가 오히려 전관예우, 과다 수임료 논란 등으로 ‘법피아(법조+마피아)’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 것은 치명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의 국정 공백이다. 내각을 총괄지휘해 온 정홍원 총리가 지난달 27일 사의를 밝힌 만큼 현 정부에는 중심을 잡고 내각을 이끌 조타수가 없는 상황이다. 정 총리는 현재 세월호 수습에만 주력하면서 제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만큼 정 총리가 다시 국정 전면에 나설 수는 없고, 대통령 역시 당분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만한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총리 후보자 인선과 내각 개편, 청와대 참모진 개편 역시 상당기간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총리와 각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증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다시 한번 인사청문의 덫에 걸려 낙마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박근혜정부는 더욱 사면초가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따라서 6·4지방선거 이전에 총리 후보자 지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을 통한 내각 개편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총리부터 인사가 꼬이면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등 공석 중인 안보라인 인선 역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