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후보 사퇴] 朴 대통령 충격… 곤혹… “상당한 안타까움 표시”
입력 2014-05-29 03:52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안 후보자 기자회견 직전에 전해 들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안 후보자가 언론 발표 직전 비서실장에게 ‘더 이상 정부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내용을 들은 박 대통령은 ‘안타까워하시는 거 같았다’고 비서실장이 전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안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들은 뒤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엄청난 충격 속에 곤혹스러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사면초가에 빠진 느낌일 것이란 관측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안 후보자가 현재 무기력한 정국 수습 및 극복, 대대적인 공직개혁을 맡길 최대의 승부수였다. 그런 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 결정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주변의 기류다.
사실 안 후보자의 지명은 박 대통령에겐 파격에 가까운 인선이었다. 안 후보자는 가장 먼저 거론됐던 카드는 아니었지만, 국정 쇄신이 현 정국 최대의 키워드로 부각되면서 급부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기존 인사 스타일은 ‘한번 내친 사람은 다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삼고초려 끝에 안 후보자를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영입했지만, 그는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문제로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물러났다.
박 대통령이 이런 인사 스타일을 깨면서까지 안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그의 청렴, 강직 이미지를 그만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국민적 불신과 절망감을 해소하고 새로운 국정 동력을 찾기 위해 꺼내든 최적의 카드였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1월 자신이 당선인 시절 지명한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에 이어 취임 1년3개월 만에 또다시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태를 보면서 허탈감이 더 컸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퇴임 직후 법무법인으로 옮기는 전관예우 특혜뿐만 아니라 자신과 가족 소유 부동산 상당수가 투기성이 짙다는 의혹을 받은 끝에 물러났다. 김 후보자가 사퇴한 것은 총리 후보 지명 5일 만이었다.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 지명 당시 직접 김 후보자를 “평생 법관으로서 국가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웠고, 확고한 소신과 원칙에 앞장서온 분”이라고 평가했었다.
청와대 참모진도 안 후보자가 전격 사퇴까지 발표할지는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총리 지명 발표 이후 각종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고, 여러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은 예의주시했지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그만둘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주변에선 이번 주 초쯤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사가 예상보다 늦춰지는 이유가 안 후보자의 거취 정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