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화재 참사]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환자 등 21명 사망
입력 2014-05-29 03:48
우려가 현실로… 취약계층 집단생활시설 참사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생활하는 요양병원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해 30명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 노인과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의 집단생활시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국민일보 5월 14일자 1·2면 보도)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안전관리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효사랑요양병원) 별관 3층 3006호 병실에서 28일 0시27분 불이 나 입원 환자 20명, 간호조무사 김귀남(52·여)씨 등 21명이 숨지고 환자 8명이 다쳤다.
당국의 신속한 화재 진압에도 인명피해는 컸다. 소방 당국은 119신고를 받고 출동해 6분 뒤인 0시33분 초기 진화에 성공했고, 0시55분에 완전 진화했다. 그러나 3006호실이 다용도실로 쓰인 탓에 내부에 쌓인 매트리스, 침구류 등이 타면서 유독가스가 건물 내에 급속히 퍼졌다. 환자들도 신속하게 움직이기 힘든 70∼80대 노인들이 대부분인 데다 심야 시간 깊은 잠에 빠진 상태여서 대부분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별관 3층의 근무자와 환자 35명 중 6명만이 스스로 건물을 탈출하는 데 그쳤다.
대피를 도울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경찰의 CCTV 내용 분석 결과 중증 치매 및 중풍 환자 34명이 있었던 별관 3층의 당직근무자는 간호조무사 김씨 1명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요양병원 야간당직은 200명당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이 근무하게 돼 있다. 또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쓰는 편법을 동원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효사랑병원의 환자관리 근무가 규정대로 이뤄졌는지 조사 중이다. 별관 3층은 환자들이 병실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대부분 창문이 쇠창살로 막혀 있었다. 그럼에도 정작 화재 같은 긴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전점검과 대피훈련은 부실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시설도 미비했다. 요양병원은 작은 불씨가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곳인데 효사랑병원에는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건물 연면적 기준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효사랑병원은 이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효사랑병원은 법률상 해당되지 않아 소화전만 갖추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남 장성경찰서는 화재 원인을 방화에 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치매 환자 김모(81)씨를 긴급 체포했다. CCTV에는 별관 3002호에서 생활했던 김씨가 불이 나기 7분 전인 0시20분쯤 화재가 처음 발생한 3006호에 침구류를 들고 들어가 5분쯤 머물렀고, 그가 나온 후 2분이 지나 3006호에서 연기가 나는 장면이 찍혔다. 경찰 관계자는 “3006호에서 타다 남은 라이터도 발견됐다. 김씨는 방화 혐의를 부인하지만 일단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