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화재 참사] 국민일보, 2주전 안전불감 경고했는데… 땜질식 처방에 보름만에 참사
입력 2014-05-29 03:29
국민일보는 지난 11~13일 장애인 노인 등 재난 취약계층 안전관리 문제점을 점검하며 노인요양시설의 안전불감증 실태를 보도했다. 비상대피용 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거나 재난 대응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는 등 곳곳에 구멍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리고 보름 만에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에서 우려했던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취재했던 요양시설을 28일 다시 둘러본 결과 ‘눈 가리고 아웅’ 식 땜질 처방만 이뤄졌을 뿐 근본적인 개선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A노인요양시설은 지난 13일 찾았을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시설의 화재 시 탈출로인 비상계단에는 당시 에어컨 실외기와 상자, 플라스틱 통 등 짐이 잔뜩 쌓여 있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물론 보통 사람도 탈출하기가 불가능했다. 2주가 지났지만 상황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계단에 쌓여 있던 잡동사니는 치웠지만 에어컨 실외기는 여전히 통로를 막은 채 뜨거운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야간에 대피하는 상황을 상정해 조명 스위치를 눌러봤지만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비상계단 출구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해명을 듣기 위해 만난 시설 관계자는 “보도에서 지적한 대로 비상계단의 짐은 모두 치웠다. 더 이상 할 말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노인 40여명이 생활하는 서울 강북구의 B요양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종합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비상계단이 좁고 높아 건장한 성인이 내려가기에도 버거웠다. 한 요양보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불이 나면 사실상 답이 없다”며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참사’라고 입을 모은다. 화재안전연구센터 신현준 선임연구위원은 “충분히 예상됐던 문제”라며 “최근 서울 마포구 일대 요양원을 점검했는데 매우 열악해서 불이 나면 건장한 성인도 대피해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어서 밖으로 대피시키기가 어려운 상황일 때는 화염을 차단하고 외부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실내 대피공간이라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