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제 분야 부총리 제 역할 가능할까… 대통령 ‘만기친람’ 스타일 변화가 성공의 관건

입력 2014-05-29 02:31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교육·사회·문화 등 비경제 분야 부총리직이 신설될 예정이지만 국정 효율성 증대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업무를 믿고 맡기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그에 맞는 권한과 책임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이른바 ‘책임총리’를 표방하는 국무총리, 경제부총리와의 원활한 소통과 조화로운 업무 분담 역시 새로운 국정 운영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는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28일 “부총리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지 않고 직접 대통령이 챙기려 한다면 성공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대통령의 ‘만기친람’ 얘기가 다시 나온다면 사회부총리제의 성공 여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부총리에게 명확한 영역과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대로 1년 넘은 국정 운영 과정에서 필요성을 절감했고, 교육부총리직을 직접 지시할 정도라면 그에 맞는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의 의지, 자율성과 권한 외에 부처 간 교통정리 필요성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교육부총리와 국무총리, 다른 장관과의 관계 설정이 무척 중요하다”며 특히 국가안전처(신설) 장관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이 안전처 장관에 특임장관 역할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는데, 이는 안전과 관련해 다른 부처 장관들을 사실상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안전처 장관에 힘 있는 사람이 갈 경우 사회부총리는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교육(사회)부총리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대통령의 자율성 부여 의지, 부처 간 교통정리와 소통이 핵심 관건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사회)부총리에 대한 국정 효율성 제고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먼저 사회 부처 간 취약한 연결고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제부총리의 경우 거시·미시경제정책은 물론 건설교통, 농림식품, 해양수산 등 업무 연관성이 큰 부처들을 총괄 지휘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사회)부총리가 조정할 분야는 교육은 물론 고용노동, 복지, 여성, 환경, 문화체육 등 딱히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넓다는 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책 조율 및 협업의 시너지 효과를 별달리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총괄 부처에 대한 예산·조직 권한이 없다면 교육(사회)부총리의 역할도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겸직하는 경제부총리에게는 예산 편성 권한이 있어 다른 부처들을 총괄하는 역할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러나 사회 분야는 그런 권한이 부여되지 않는다. 결국 교육(사회)부총리 산하 각 부처는 부처별 독립성과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분담하고 일괄적인 소통 역시 이뤄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계는 교육 분야에 대한 집중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대중정부 시절 교육부총리제는 인적자원개발 관련 영역을 종합 조정한다는 취지에서 신설됐지만, 정책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인 교육 분야를 책임진 교육부 장관이 방대한 사회·문화 분야까지 총괄하면 상대적으로 교육 전문성 및 집중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혁상 유성열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