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불 불 불… 불안해서 어디 살겠나

입력 2014-05-28 23:54 수정 2014-05-29 03:31

지하철 대형마트 등 서울 도심 곳곳의 다중이용시설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불은 곧바로 꺼졌지만 시민들은 방화와 화재가 점철된 사고 소식에 ‘위험하고 불안한 하루’를 겪었다. 특히 서울 강남 한복판 지하철역에선 70대 남성이 전동차 안에서 불을 질렀다. 자칫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재연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8일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부근에서 전동차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로 조모(71)씨를 검거했다. 조씨는 오전 10시54분쯤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진행 중인 전동차 안에서 불을 질렀다. 전동차가 도곡역 승강장으로 막 진입하던 순간이었다.

조씨는 앞에서 네 번째 객차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가 가방에서 시너 5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발로 차 흩뿌린 뒤 불을 붙였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방화는 우연히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서울메트로 권순중(46) 대리의 발 빠른 대처로 진화됐다. 객차 안은 소화기 분말과 검은 연기로 가득 찼지만 승객들은 비상벨을 눌러 전동차를 정지시키고 다른 객차로 대피했다. 곧이어 달려온 기관사와 역무원까지 가세해 불은 6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불이 난 객차에는 50여명, 전체 열차에는 540여명이 탑승해 있었다.

조씨는 경찰에서 전남 광주의 유흥업소를 운영하다 지난달 건물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한 뒤 불만을 알리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열차 추돌 사고 때 언론이 크게 보도하는 걸 보고 범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6분쯤에는 서울 용두동 홈플러스 동대문점 5층 주차장에 있던 쏘렌토 차량에서 불이 났다. 엔진룸에서 시작된 불은 차를 완전히 태우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 1대를 그을린 뒤 진화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홈플러스 매장에 있던 90여명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매장 손님이 10여명뿐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전 10시18분쯤에는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지하 3층 주차장에서 청소업체 직원 최모(50)씨의 스타렉스 차량 안에서 불이 났다.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작동돼 불은 4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차 안에 있던 물을 데우는 청소기구의 전기 합선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물 안에 있던 직원 15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7일 오후 9시52분쯤에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수십명이 한밤중에 대피했다. 12층 아파트의 3층 거실에서 난 불은 56㎡를 태우고 1750여만원 재산 피해를 냈다.

김유나 김동우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