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일본서도 ‘끝판대장’… 묵직한 돌직구 앞세워 17경기 연속 무자책점 행진
입력 2014-05-29 02:18
끝판대장의 명성은 일본에서도 그대로였다. 한신 타이거즈의 마무리 오승환이 돌직구로 일본 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오승환은 28일 현재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13세이브로 구원 단독 1위에 올라와 있다. 센트럴리그 구원 2위인 캄 미콜리오(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격차는 두 개다. 17경기 연속 무자책점 행진에 평균자책점도 1.27에 불과하다.
오승환은 일본에서도 돌직구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오승환은 국내무대에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444경기에서 277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라는 빼어난 실력으로 올 시즌 일본 무대에 뛰어들었다.
오승환의 장점은 일본에서도 그대로 통하고 있다. 사실 오승환은 직구와 슬라이더 단 두 구종으로 타자와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돌직구와 특유의 투구폼에 상대 타자들은 넋을 놓고 삼진을 당하거나 치더라도 내야 땅볼에 그치고 있다.
오승환 돌직구의 비밀은 그립이다. 오승환은 직구를 던질 때 다른 선수들과 달리 공과 손바닥 사이에 공간을 만들고 엄지를 구부려 공에 받친다(사진). 엄청난 악력으로 공을 찍듯이 잡고 던지기 때문에 타자 앞에서 공이 떠오르게 된다.
특히 색다른 그립으로 던지는 오승환의 돌직구는 초속과 종속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상대 타자에게 더욱 위압감을 준다. 2011년 스포츠 통계 전문회사인 스포츠투아이가 도입한 PTS(Pitch Tracking System)에 따르면 오승환의 돌직구는 분당 회전수가 2875.29회전, 1초당 47.92회전이었다. 당시 리그 평균 초당 회전수(41.78회전)보다 6바퀴나 많았다. 회전이 많이 걸리면 중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오승환의 공은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9㎞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 투수들은 12∼14㎞ 수준이다. 오승환은 27일 지바 롯데 마린스전에서도 최고 시속 154㎞의 직구로 상대 타자를 밀어붙였다.
오승환의 독특한 투구폼도 타석에서 타자가 타이밍을 잡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오승환은 와인드 업 때 왼쪽 발을 내딛은 후 한 템포 쉬고 또다시 발을 내딛는 이중 키킹을 한다. 이 한 템포 쉬는 동작에 타자들은 당황하게 된다.
오승환의 활약에 일본도 떠들썩하다. 일본 산케이 스포츠는 “끝판대장의 전설이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팀도 오승환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다. 한신 와다 유카타 감독은 “최선을 다해 이길 방법을 생각했다. 그 결과는 오승환에게 9회를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