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AG로이드 약발’… 병역특례 혜택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유일한 방법

입력 2014-05-29 03:50

‘AG로이드는 FA로이드보다 힘이 세다.’

프로야구에서는 흔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직전의 선수들이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FA와 스테로이드를 합친 FA로이드 효과라고 부른다. 그런데 올해는 아시안게임과 스테로이드를 합친 AG로이드 효과가 훨씬 압도적이다. 오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군 미필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야구 선수들이 병역특례를 받는 것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하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구는 2019 아시안게임에서조차 제외될 가능성이 있어서 병역 미필 선수들에겐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절박하다.

물론 선수들은 현역 입대 대신 경찰청이나 상무에 들어가 퓨처스리그에서 계속 야구를 할 수도 있다. 완전한 공백기는 아니라지만 이미 1군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에게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0대의 21개월(육군 기준)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FA 계약이나 해외진출 등은 물론 기량 유지 등 여러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류현진(LA 다저스)은 각각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베이징올림픽 참가로 병역혜택을 받은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엔트리는 단 24명이다. 하지만 전부 군 미필 선수들의 몫이 아니다. 어차피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병역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최고 실력을 지닌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은 최종 엔트리 22명 가운데 13명을 군 미필 선수로 꾸렸다가 낭패를 봤다. 군 미필 선수들을 배려하다가 정작 최강 전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결국 대만은 물론 사회인야구선수로 구성된 일본에게도 패해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대표적인 군 미필 선수는 김상수 차우찬(이상 삼성 라이온즈), 이재학 나성범(이상 NC 다이노스), 오재원 이원석 정수빈 김재호 이용찬 홍상삼(이상 두산 베어스), 한현희 김민성 강윤구(이상 넥센 히어로즈), 황재균 전준우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나지완 김선빈 안치홍(이상 KIA 타이거즈), 유창식 이태양 김혁민(이상 한화 이글스), 오지환 신정락 유원상(이상 LG 트윈스) 등이다. 각 팀 전력의 핵심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다.

이들 선수 중에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을 바라보며 입대를 미룬 경우도 있다. 올해 29세인 나지완의 경우 이번에 병역혜택을 받지 못하면 시즌이 끝나는 동시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향후 5∼6년을 이끌어가야할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대표팀에 뽑히길 희망하고 있다.

9개 구단 가운데 LG의 경우 대표팀에 뽑힐 만한 선수가 별로 없지만 두산, KIA, 롯데는 선수들의 대표팀 선발에 잔뜩 귀를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우승팀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는 합의에 따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은 류중일 삼성 감독은 “병역 미필자에 대한 배려는 없다. 실력대로 선발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가장 눈에 띄는 군 미필 선수로는 두산의 오재원이다. 27일까지 39경기에 출장해 3홈런, 15타점, 타율 0.393(2위), 출루율 0.483(1위), 도루 16개(4위)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중이다.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프로야구 역대 16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원래 수비와 주루가 좋기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올해엔 타격에도 물이 오른 모습이다. 29세인 오재원은 최근 활약에 대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가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것을 감주치 않고 있다.

오재원 외에도 KIA의 나지완과 안치홍, NC의 나성범, 롯데의 손아섭 등도 치열한 대표팀 타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투수 부문에선 NC의 이재학이 미필 선수들 중에는 가장 돋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