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KB 회장·은행장·사외이사까지 계좌 조회

입력 2014-05-29 03:48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특별검사 중인 금융감독원이 사외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의 계좌까지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일부 임원이 리베이트(지불대금 상당액을 되돌려주는 일)를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려는 취지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물론 국민은행 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계좌 조회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은 관련법에 따라 검사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은행 등에 요청,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 금감원은 올 들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수없이 강조해 왔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최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사고들에 불만을 내비치며 강력한 검사를 주문했다.

금융 당국은 2009년에도 전산시스템 리베이트와 관련,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계좌 추적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일부 사외이사가 국민은행의 정보통신 시스템 유지·보수계약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은행 전산시스템 구축작업을 컨설팅 회사가 권고한 회사 대신 다른 업체로 변경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은 사외이사도 있었다.

금감원은 KB금융지주 등에 대한 특검 속도도 높이고 있다. 금감원은 리베이트 의혹을 포함해 검사를 최대한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론 섣부른 검사 결과 발표가 될까봐 고민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자칫하면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금융 당국이 두 업체 가운데 한 곳의 손을 들어주는 격이 될 수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 이사회가 문제가 됐던 내부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교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실시한 내부 특별감사 결과를 30일 임시 이사회 직전에 열리는 감사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보고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내용의 감사결과 보고를 강력히 반대해 온 사외이사들이 입장을 바꾸면서 내부 갈등이 봉합될지 주목된다.

이경원 박은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