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앉은 삼성-반올림… 백혈병 보상 협상 본궤도
입력 2014-05-29 03:44
5개월 만이다.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28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건설회관에서 만났다. 지난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과와 함께 합당한 보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꾸려진 첫 대화 자리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의 직업병 문제는 2007년 기흥 반도체공장 여성 노동자인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1차 본협상이 중단된 뒤 진전이 없던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양측은 고소 취하, 성실한 대화 등 3가지 사항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였다.
만남에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이인용 사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측 8명, 반올림 측은 황유미씨 아버지인 황상기씨 등 9명이 참석했다. 양측은 2시간 정도 진행된 대화에서 한발씩 다가섰다. 이 사장은 대화에 앞서 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황상기씨는 “이 사장이 교섭에 들어온 뒤 다른 때보다 상당히 진도가 있었다”며 “교섭 내내 이 사장이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부분은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양측은 우선 사과, 보상, 재발방지 등 3가지 의제를 놓고 성실하게 대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직업병 문제로 항의·집회를 했던 가족이나 활동가를 대상으로 제기한 고소는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대표단도 새롭게 구성하기로 했다. 다음 협의 일정은 실무자들이 정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양측은 중재 조정기구 설치 문제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삼성전자 측은 중재 조정기구가 협상 타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반올림 측은 양측의 대화가 우선이고, 벽에 부딪치면 중재 조정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반올림 측 교섭단 간사인 공유정옥씨는 “다음 교섭부터는 우리가 요구한 내용에 대해 양측이 직접 내실 있게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종전에 있었던 논란 대신 요구안 내용을 진전시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