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25주년 앞두고… ‘중국판 카톡’ 웨이신 통제

입력 2014-05-29 02:58

중국 정부가 다음 달 4일로 다가온 천안문 사태 25주년을 앞두고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27일부터 한 달 동안 ‘중국판 카카오톡’ 웨이신(微信)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웨이신 실명제를 강력하게 시행키로 했다. 국제사면위원회 살릴 셰티 사무총장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집권 직후 개방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불행하게도 그는 개혁이 아니라 정치적 탄압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국무원 산하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공안부, 공업정보화부 등과 함께 웨이신을 운영하는 텅쉰(騰訊) 등 7개 모바일 인스턴트메신저 회사 책임자들을 소집해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의 정화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10개항으로 된 선언문을 발표하도록 했다.

인터넷정보판공실 측은 “일부 사람들이 웨이신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인터넷 통신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공공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웨이신 등 인스턴트 메신저는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 8억명에 달한다고 인민망(人民網)이 전했다. 웨이신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뒤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뉴스 전달 통로로 각광 받아왔다.

선언문 발표에 참여한 회사는 텅쉰 외에 중국전신 알리바바 모모과학기술 샤오미 신랑 광명망이다. 이들 회사는 각각 웨이신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웨이신이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웨이신 실명제는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실명으로 웨이신에 가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정보판공실은 이를 통해 루머, 폭력, 테러, 사기, 음란한 내용 등을 퍼뜨리는 행위는 물론 적대 세력이 파괴 활동을 하는 것을 엄중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스턴트 메신저를 갖고 있는 7개 회사는 근거 없는 소문을 막기 위해 ‘루머 반박’ 시스템도 운영하기로 했다. 더욱이 테러가 이어진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경우 허톈(和田) 당국이 웨이신은 물론 ‘중국판 메신저’인 ‘QQ’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중국 당국은 앞서 지난 3월에는 정치·사회적 이슈를 전파하는 인기 있는 인터넷 계정 수십 개를 폐쇄시켰다.

셰티 사무총장은 천안문 사태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해 “중국은 아직도 인터넷 등에서 천안문 사태를 거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천안문 사태에 대한 공개적이고 독립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고 BBC 중문망이 보도했다.

그는 “중국 당국은 인권 활동을 하는 인사들에게 새로운 ‘레드 라인’을 설정하고 있다”면서 “천안문 사태를 기념하려는 어떤 계획도 당국에 의해 무산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당국은 천안문 사태 25주년을 앞두고 탕징링(唐荊陵), 푸즈창(浦志强) 등 인권변호사를 포함해 활동가 20명을 이미 잡아들였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