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리카 4개국서 對테러 부대 비밀리 양성
입력 2014-05-29 03:42
미국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의 테러 단체들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인으로 구성된 대(對)테러 부대를 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아프리카 코만도(특수부대)’ 프로그램으로 국제 분쟁지역에서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미국의 변화된 대외전략 일환으로도 보인다.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는 28일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말부터 리비아 니제르 모리타니 말리 등 북·서부 아프리카 4개국에서 비밀리에 대테러 부대를 양성해왔다고 보도했다. 목적은 향후 수년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보코하람과 같은 무장단체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아프리카 자체 대테러 팀을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이들 나라는 알카에다 및 그 연계 세력이 활동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섹션 1208’로 불리는 이 새로운 아프리카 계획에는 미 국방부 기밀예산 7000만 달러(약 716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와 델타포스 요원들이 직접 기초적인 사격술에서부터 고도의 대테러 전술과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INYT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과 같이 대규모 지상전을 지양하는 대신에 아프리카 각국이 자력으로 반군과 싸울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군 파병에 따른 비용을 줄이고 동시 다발적인 테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테러와의 전쟁’을 저비용으로 아프리카 지역으로 확대시킨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려도 없지 않다. 대테러 부대가 반대파를 제거하는 등 현 정권 보호 차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군대가 있어도 ‘형편없는 수준’인 아프리카에서 잘 무장된 정예의 특수부대는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아울러 부대원이 테러 단체와 내통하거나 과거 테러 단체 멤버로 활동한 적이 있을 경우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리비아에서는 지난 8월 양성 초기 단계의 대테러 부대가 무장단체에 습격을 당해 미국이 지원한 무기와 야간투시경, 차량 등이 털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카메룬과 차드가 300명 가까운 여학생을 납치한 보코하람의 테러가 계속되고 있는 나이지리아에 보코하람과의 전투에 대비해 모두 1000명의 군대를 파병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병사들은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과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이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 만나 보코하람과 전쟁을 선언하고 나서 곧바로 전선으로 향했다. 그동안 나이지리아는 테러 단체가 빈번하게 카메룬 영토를 침범하는데도 보코하람과 싸우지 않는다고 카메룬을 비난해왔다.
전날 나이지리아군은 여학생들의 소재를 파악했다고 밝혔으나 서방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유럽의 당국자 5명에게 문의한 결과, “여학생들의 위치와 관련한 믿을 만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나이지리아군의 주장도 의심스럽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