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安 후보자의 낙마, 우리의 현실이고 아픔이다

입력 2014-05-29 03:51

전관예우 제도적으로 막는 법조개혁 시발점 삼아야

과도한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낙마했다. 안 후보자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부족한 제가 더 이상 총리 후보로 남아 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저의 보이지 않는 힘이 돼준 가족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때 야권 공세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으나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자 총리로 지명된 지 엿새 만에 후보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안 후보자 사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전관예우다.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 10개월 동안 변호사로 일하면서 벌어들인 돈이 22억원에 달했다. 27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서민 입장에서 볼 때 거액이다. 안 후보자 스스로도 “국민 정서에 비춰 봐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본인은 전관예우가 아니고 변호사로서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해명했으나 설득력은 약했다. 안 후보자가 기부한 3억원을 놓고서도 ‘정치적 기부’라는 주장이 나온 데다 본인과 가족들이 5억여원의 수표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점, 지난해 구입한 아파트 가격을 둘러싼 의문, 안 후보자 부인의 위장전입 논란, 아들의 군복무 시 문제 등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불거졌다. 안 후보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인 제공자는 바로 안 후보자라고 할 수 있다. 주변 관리가 허술했다는 얘기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지경이 됐고, 청문회를 무사히 마친다고 해도 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은 만큼 안 후보자의 사퇴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하겠다.

이번 파동은 안 후보자 개인적 문제로 끝나선 안 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를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태이지만, 관피아 못지않게 ‘법피아’도 공정사회를 해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과 법원은 전관예우 혁파에 소극적이었다. 관련 법안이 개정될 움직임이 나타나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저지했다.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차제에 법피아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마땅하다.

안 후보자를 통해 ‘세월호 위기’를 극복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 쇄신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일주일째 공석인데 총리 후보자까지 다시 물색해야 할 상황이다. 그동안 법조인을 중용해 온 인사 스타일을 바꿀 때가 됐다고 본다. 공직사회를 혁신하고 국가의 안전시스템을 확립하는 일은 법조인이 적격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폭넓게 그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인선하길 바란다. 아울러 후보자의 이미지를 중시하지 말고 사전 검증을 보다 세밀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