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최고액 현상금
입력 2014-05-29 02:32
범인을 잡는 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수사 당국이 종종 쓰는 수단이 현상금 제도다. 현상금을 내걸어 골칫거리를 해소한 사례는 동서고금에 수없이 많다. 조선 명종 때 조정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임꺽정, 갑오 동학농민전쟁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은 현상금에 눈이 먼 부하의 배반으로 붙잡혔다. 조선 조정은 전봉준을 잡거나 신고한 자에게 현상금 1000냥(약 1억원)과 군수 자리를 내걸었다.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 선생도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지명수배자였다. 이봉창 윤봉길 의사 의거 후 일제는 백범에 20만원을 현상금으로 걸었다가 60만원으로 올렸다. 당시 60만원은 80㎏들이 쌀 56만2500가마를 살 수 있는 거액으로 지금의 2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백범이 일제에 얼마나 공포의 대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도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미국 정부가 내걸었던 5000만 달러(약 511억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처음 내걸린 현상금은 2500만 달러였으나 그의 은신이 오랫동안 계속되자 100% 올렸다. 5000만 달러는 지금까지 내걸린 세계 최고 현상금이다.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 회장과 장남 대균씨에게 각각 5억원과 1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수사기관이 내건 역대 최고 현상금 1, 2위에 해당한다. 각각 5000만원, 3000만원을 내걸었다가 범죄 혐의에 비해 신고보상금이 너무 낮다는 비판에 따라 대폭 인상한 것이다. 수사 당국이 처음에 5000만원을 내건 까닭은 현 규정상 이 액수가 최고액이기 때문이다.
‘범죄 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은 공무원의 불법선거운동 등에 관해 신고할 경우 최대 5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3인 이상 살해자나 흉악범에 대한 현상금은 500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탈옥수 신창원,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화성연쇄살인범 등에게 죄질에 비해 턱없이 낮은 5000만원의 현상금이 내걸린 이유다.
그러나 이번처럼 수사 당국이 미리 보상금액을 정해 수배할 경우 이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경찰은 올해 신고보상금으로 편성한 예산 12억원 가운데 절반을 유씨 부자 검거에 쏟아붓는다. 현상금을 대폭 올린 후 제보 전화가 폭주하고 있고, 유씨 부자가 은신하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순천과 구례에는 ‘현상금 사냥꾼’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유씨 부자가 붙잡힐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