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1000인 “목사들 세월호 망언 대신 사죄”

입력 2014-05-28 16:43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한국교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일부 목회자들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와 한국교회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회자 1000인 선언’을 발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선언에는 박형규 이해동 유경재 김상근 목사 등 민주화운동에 몸담았던 교계 원로들과 그동안 목소리를 자제해 왔던 일부 목회자들이 동참한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 김창현 목사는 “실종자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남아 있는데도 몇몇 목회자들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희생자를 모독하고 유가족 및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다”면서 “이번 선언에 참여하는 목회자들은 한국교회가 약자와 함께 사회정의를 실천해야 할 사명을 저버린 점과 일부 교계 인사들의 망언에 대해 사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들은 또 정부에 대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기보다는 명백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생과 신학대학원생들은 이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운동을 시작했다. 장신대 신대원 뉴런학우회와 대학 총학생회는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고백과 실천 선언문’에서 “사회의 어둠을 드러내고 바르게 해야 할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악에 대해 침묵하고 값싼 화해와 용서를 외치며 도리어 성장주의에 편승해 왔던 것들에 대해 하나님과 한국 사회 앞에 자백하며 회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8~29일 양일간 서울 광진구 광장로 장신대 캠퍼스 안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 ‘생존자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자원봉사 참여’ ‘교회개혁’ 등 8개 분야 부스를 운영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실천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부회장 조광작 목사는 지난 20일 임원회의에서 “가난한 집 애들이 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느냐”는 등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부회장직을 사퇴했다. 조 목사 외에 다른 목사들도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