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조석] 마음의 보석
입력 2014-05-29 02:53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에게 자괴감과 슬픔을 안겨 주었다. 크게는 뚫려버린 사회 안전망의 문제로, 작게는 각자 삶의 방식에 관한 자성으로 다가와 우리들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공공 업무 종사자들에게는 철저한 자기 성찰이라는 화두를 던져 주었다.
공직자들이나 공공 업무 종사자들은 처음 이 길에 들어섰을 때 초심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공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각오이다. 그러나 여러 현실적 상황이나, 내 가족의 문제 등이 중요해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초심을 잊은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초심은 보석과 같아서, 먼지를 털어내면 여전히 반짝인다. 그래서 요즘 발전소 현장에서 만나는 직원들에게 우리 각자 마음의 보석을 다시 꺼내 갈고 닦자고 주문하고 있다. 발전소의 안전 운영은 직원들의 책임의식 그리고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조직 문화의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직원들의 초등학생 자녀 4000여명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부모님 덕분에 우리 회사가 나날이 좋은 회사로 발전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땅속으로 깊게, 멀리 뿌리를 내리는 모죽(毛竹) 대나무처럼 차근차근 준비해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썼다. 그러자 답장이 몰려왔다. 모죽 대나무의 교훈처럼 학교를 열심히 다니겠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고, 아빠를 집에 일찍 보내달라는 글까지 천진무구한 동심에 나 또한 순수한 영혼에 물드는 느낌이었다. 바로 이런 것이 초심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순수한 열정과 긍정적 에너지 속에서 회사의 발전과 가족의 행복을 함께 키워 가야 한다.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며 전력 생산을 극대화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사명이다. 지난해 원전 비리 문제로 많은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은 반성과 뼈를 깎는 정화 노력을 기울여 나가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재난 안전 예방의 기본을 다지고 있다. 각종 비상 수칙, 위기관리 조직을 꼼꼼히 정비했고 다양한 가상 상황에 대비한 재난 대응 훈련도 수시로 실시했다. 구매제도를 재점검해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원자력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리에게는 전력의 블랙아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위기인지에 대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각 에너지원의 취약점을 보완하면서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석유는 주력 에너지원이지만 전량 수입 의존에 따른 안정적 확보 문제와 유가 변동에 따른 가격 불안정성,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석탄은 상대적으로 저가인 경제적 에너지원이지만 석유와 비슷한 문제가 있고, 특히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가 각광받고 있으나 현재 우리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원자력의 경우 발전 단가가 가장 싸다는 높은 경제성과 온실 가스 배출이 없다는 점, 연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이 평가받지만 안전에 관한 우려와 사용후 연료의 처리 문제가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원전 관련 여론조사에서 ‘안전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시민들이 70%를 넘었다고 한다. 원자력의 시대정신이 친환경과 경제성에서 안전으로 바뀌었다는 방증이다. 원전의 안전은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신규 원전의 건설과정은 물론 가동 원전의 운영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며, 오래된 원전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설비투자로 안전성을 보강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기억할 것은 공익을 우선하고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초심, 즉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할 마음의 보석일 것이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