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조시 ‘맹골수도의 애가’
입력 2014-05-28 17:16
맹골수도(孟骨水道)의 애가(哀歌)
피기춘 시인(강릉경찰서 직장선교회장)
가슴 찢어지는 이 참담함에
하늘과 땅이 울고, 온 국민의 좌절감
세계인도 함께 애도(哀悼)하고 있다.
아, 슬프다
저마다 참회의 기도와 통곡으로
실종자 모두 돌아올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진도(珍島)앞 맹골수도(孟骨水道)에
무릎 꿇고 천만년이라도 기도하리니,
차디찬 물속에서 눈감은 자들 말없고
저토록 야속한 해류는 빠른 유속으로
우리의 어리석음과 비열함을
깊이 반성하며 깨달으라고 질책한다.
수학여행의 설레임으로 세월호
야간 항해의 불빛 속에 꽃 같은
행복감 품고 떠난 여린 꽃들아,
회갑을 기념하여 유년의 벗들과
주름살 인생 얘기하며 제주여행 떠난
사랑하는 부모들이여!
이런저런 사연으로 세월호의 탑승객 되어
야간출항 떠난 형제?자매들아!
침몰하는 여객선에 갖혀
탈출방송 기다리던 선하고 의로운
부모형제와 그 어린 아들딸 팽겨 친
선장과 승무원들의 금수(禽獸)보다 못한 행태들,
살인적인 야간항해 고집한 세모의 무리들,
온갖 부정과 비리로 규정과 처벌을 눈감은
수많은 탐관오리(貪官汚吏)들!
우리는 영원토록 기억해야 한다.
선실에 차오르던 공포의 바닷물 바라보며
그 절망의 순간, 눈물겨운 마지막 문자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해!”
“우리 죽을 것 같아. 잘못한 것 있으면 용서해줘!”
“여보 사랑해. 살아서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안녕!”
슬프고 슬프다
팽목항에 정성껏 차려놓은
밥상과 눈물의 기도, 애끓는 가족들!
합동분향소를 향한 저 끝없는 조문행렬,
노란리본 이 땅위에 펄럭인다.
이제는 눈물도 말랐다
미움과 용서도 말랐다.
지혜롭고 착한 겨레여!
절망과 탄식, 분노와 불신으로
터지고 갈라지고 무너진 상처의 마음들,
서로 먼저 다가가 손 내밀고 안아주자
위로와 용서와 화해의 손 맞잡고
가슴 터지는 이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자
푸른 오월의 하늘 보며 영원한 용서를 빈다.
이 비극적 인재(人災), 정녕 마지막이길 소망한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